국회의원은 총선거 이후 개원식에서 국회법(제24조)에 따라 "나는 헌법을 준수하고 국민의 자유와 복리의 증진 및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하여 노력하며, 국가이익을 우선으로 하여 국회의원의 직무를 양심에 따라 성실히 수행할 것을 국민 앞에 엄숙히 선서합니다"라고 맹세한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헌법을 준수할 책무를 부담한다. 국회의원은 이 책무를 완수하기 위하여 현행범인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중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아니한다(헌법 제44조제1항). 국회의원은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관하여 국회 외에서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헌법 제45조).
대부분의 국회의원들은 헌법준수 책무에도 불구하고 헌법을 지키지 아니한다. 국회의원들이 헌법을 위반하는 사례로서는 지방선거 공천(공직선거후보자추천)에 개입하는 행위, 국회의원 선거에서 행정기관장의 권능에 속하는 개발공약을 내세우거나 자기 업적으로 홍보하는 행위 등을 들 수 있지만, 가장 두드러지게 눈에 띄는 위반은 대통령 후보 경선에 나서거나 그 후보를 지원하는 행위 또는 대통령선거 캠프에 참여하는 행위이다. 이와 같은 행위에 나서는 국회의원들은 스스로 헌법을 위반함을 인식하지 못한다. 그러나 국회의원의 대통령선거 참여 내지 개입은 “입법권은 국회에 속한다”(헌법 제40조)는 권력분립의 원칙에 정면으로 반한다.
국회의원은 비록 정당에 소속되더라도 권력분립의 원칙에 따라 사법부의 법관들과 마찬가지로 행정부의 수반인 대통령으로부터 독립하여야 한다. 국회의원들에게 불체포 내지 면책 및 각종 특권을 부여함은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국회의원들은 국정감사장에서만 잠시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듯이 보이고 그 외에는 정당이라는 지하도를 통하여 그리고 당정협의라는 관행을 통하여 행정부와 밀착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헌법에만 고색창연한 권력분립을 선언하고 사실상 권력유착을 용인한다. 대통령과 국회는 서로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여야 함에도 여당의 일부 국회의원들은 대통령의 눈치를 살피거나 그 의중을 실천하려고 애쓴다. 의원내각제가 아닌 대통령제에서 당정밀월 내지 권력유착은 위헌이다.
여야 선거대책위원회 구성을 살펴보면, 작금 대통령 선거전에 동원되지 아니한 국회의원들이 거의 없다. 소외는 곧 정치적 사망이라고 생각하는지, 그들은 나팔수뿐만 아니라 수행원 노릇도 서슴지 않는다. 이는 국회의원의 본분을 벗어난다. 헌법과 법률에 따르면 국회의원은 입법, 예산, 결산 및 국정감사를 주된 직무로 삼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수 국회의원들이 선대위들에 들어가고 대통령 선거전에 동원된다. 국회의장이 선거에 관여한다고 가정하면 문제의 심각성이 바로 드러난다. "의장은 아니되지만 의원은 괜찮다"고 항변할 지도 모른다. 그러나 헌법을 살펴보면 국회의원들의 이러한 주장은 엉터리임을 알게 된다. 궤변에 해당한다. 국회의원이 대통령 선거에 관여함은 탈선을 넘어 명백한 직무위반이다.
입장에 따라 "후보는 아직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권력분립의 원칙과 무관하다"고 맞설 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국록을 받으면서 민간인을 위하여 직무도 아닌 일에 매달림은 더 큰 직무유기이다. 예컨대 시?도지사가 그 직을 유지한 채 대통령 경선에 참여할 동안에는 해당 시?도의 행정사무가 소홀해질 수밖에 없듯이 국회의원들이 대선과 경선에 참여할 동안에는 본연의 직무에 소홀해 진다. 이들은 본업이 아닌 부업이나 과외활동에 종사하면서 본업에서 나오는 세비를 받는 셈이다. 국회의원들이 아니라도 선거운동원들은 넘친다. 의원 본인을 위한 보험가입이 아니라면, 즉각 손을 떼고 탈법을 멈추어야 한다. 선거에 관여하고 싶다면 먼저 사직하여야 한다. 입법권과 예산권을 행사하는 정치인들이 스스로에게는 한없이 관대하면서 정적들에게는 냉혹하다면 역시 ‘내로남불’에 해당한다.
국회의원은 법률이 정하는 직을 겸할 수 없다(헌법 제43조). 국회의원들은 선거대책위원회 참여를 ‘직’으로 보지 아니한다. 그러나 선대위 활동은 한시적일지라도 엄연한 직이다. 경선부터 따지면 국회의원들은 오랜 세월 대통령 선거에 관여한다. 물론 국회의원이 소속된 정당이 당론으로 대통령 선거 참여와 지원을 결정할 경우 이를 따르지 아니하면 정당 내부의 사실상의 강제 또는 소속정당으로부터 제명될 수 있기 때문에(헌법재판소 결정 2002헌라1), 국회의원의 정치적 독립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국회법과 선거법을 고쳐 국회의원의 대선 및 경선 캠프 참여를 금지시킴이 옳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