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전국 부동산 가격 하락세가 청약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지방에서 시작된 미분양 분위기가 수도권 등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특히 서울은 예전처럼 ‘묻지마 청약’ 분위기는 사라진 상태다. 아파트 가격이 하락하면서 청약을 통해 시세차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5일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사이트에 따르면 지방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올해 들어 청약 미달 사태가 줄을 잇고 있다. 지난 3일 607가구 입주자를 모집한 충북 ‘음성 동분 디 이스트’는 2순위까지 모집했지만, 169가구 미달이 발생했고, 4일 대구에서 분양한 ‘달서 롯데캐슬 센트럴스카이’에서도 4개 타입 모두 2순위까지 모집했지만, 가구 수를 다 채우지 못했다.
한 아파트 견본주택에서 예비 청약자들이 상담을 받고 있다. 사진/뉴시스
특히 지방 분양 시장은 무순위 청약에서도 미달이 발생하면서 ‘줍줍 시대’는 끝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대구 ‘대봉 서한이다음’에서 173가구 모집에 11건만 접수되면서 대규모 무순위 청약 미달이 발생하기도 했다. 지난 17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부산 ‘사하 삼정그린코아 더시티’에서도 7개 타입 중 5개 타입에서 미달이 발생했다.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단지가 나오고 있다. 지난 3~6일 청약을 접수한 경기 안성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가 전 주택형 1순위 해당지역 마감에 실패했다. 916가구 모집에 청약통장이 314개만 접수됐다. 여기에 청약 열기 하락은 수도권을 넘어 서울까지 확산하는 모습이다.
청약홈에 따르면 ‘북서울자이 폴라리스’의 1순위 청약 결과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몰리면서 평균 경쟁률 34.43대 1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서울에서 청약만 진행하면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낮은 수치다.
실제 통계에서도 미분양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말 기준으로 전국 미분양 주택 물량은 1만4094가구로 전월 1만4075가구 대비 0.1% 증가했다. 최근 미분양 주택은 지난해 9월 1만3842가구까지 줄었다가 지난해 10월과 11월 2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였다.
지방 주요 지역 중 대구는 2166가구가 미분양 됐다. 지난해 8월 이후 2개월 연속 줄다가 11월에 다시 미분양 물량이 늘었다. 지난해 10월 첫 미분양(129가구)을 기록한 세종시도 지난해 11월에 103가구 미분양 사태가 벌어졌다. 이밖에도 전남, 강원 등의 미분양 비율도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분양 물량이 쏟아지면서 미분양 사태는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인포 집계 결과 올해 1분기 전국 25곳에서 1000가구 이상 대단지가 분양에 나선다. 전체 4만402가구중 일반 분양 물량이 3만1316가구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인기 있는 지역에서만 청약 통장이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수요자 입장에서 청약을 포기할 수는 없겠지만, 향후 가격 상승 여력이 있는 주요 단지들만 예비 청약자가 몰릴 것으로 보인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교 교수는 “최근에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으로 주택 가격이 하락하면서 인기 지역을 중심으로 청약 경쟁은 높아진 반면 비인기 지역은 현재 청약 경쟁률이 많이 낮아지고 있다”라며 “이런 현상은 앞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