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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쪼개기 상장 해법이 의견 묻기?
입력 : 2022-01-27 오전 6:00:00
“물적 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최근 논란이 되고있는 쪼개기 상장에 대한 해법에 이같이 답했다. 모회사 주주의 의견을 물었는지 기업의 상장심사 과정에서 들여다보겠다는 게 전부다.
 
과연 이 정도의 형식적 의견 청취가 상장심사 과정에서 얼마나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을지 묻고 싶다.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과 심사 과정을 들여만 봐도 알 수 있다. 기업의 지분을 대거 보유한 국민연금은 그동안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물적 분할에 반대해왔다. 주주가치 훼손 우려가 있다는 것을 상장 이전부터 끊임없이 지적해왔다.
 
하지만 국민연금과 같은 국내증시의 ‘큰 손’도 기업의 물적 분할을 막을 수 없었다. 이후 국민연금은 LG화학의 배터리 사업의 분할 이후 주식을 매도하는 것으로 사실상 의견을 대신했다. 우리나라 최대 큰손의 발언도 묵살되는 상황에서 개인의 발언은 기업의 어떠한 영향력도 내세울 수가 없다는 게 현실이다.
 
결국 칼자루는 한국거래소로 넘어갔다. 거래소는 우리나라의 자본시장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끼친다. 증권의 상장과 매매, 불공정거래 예방까지 독점적 지위권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권한을 가지고 거래소는 자본시장 선진화를 내세워 기업의 상장 문턱을 끊임없이 낮추고 있다.
 
적자 기업일지라도 시가총액 1조원만 넘으면 상장할 수 있는 ‘시총 단독 요건’도 갖췄다. 모회사가 자회사를 분리해 단번에 상장을 시킬 수 있을 정도다.
 
거래소가 지금처럼 대기업의 쪼개기 상장을 지켜만 본다면 앞으로 우리나라의 주식시장은 모회사와 자회사 간의 끊임없는 이해상충 리스크만이 부각될 것이다. 이는 국내는 물론 외국인 투자자마저 외면해버리는 시장으로 가는 지름길이다.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는 경우가 미국에서는 0.5%에 불과하다. 영국은 심지어 0%다. 비율이 높기로 알려진 일본도 6%다. 숫자가 의미하는 바를 거래소도 알 것이다. 현재까지 상장한 기업의 자회사를 상장폐지 하자는 것이 아니다. 다만 앞으로 모회사의 쪼개기 상장으로 소외받고 가치를 훼손당하는 주주를 최소화하는 길을 찾아야 한다.
 
이마트에서 분할된 SSG닷컴이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를 물적 분할 후 상장할 계획이다. 그리고 또 얼마나 많은 대기업이 지금과 같은 방법으로 이익을 축적할지 알 수 없다. 누군가는 브레이크를 걸어야 한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한국거래소가 있어야 할 것이다.
 
신송희 증권부 기자 shw101@etomato.com
신송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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