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시내 아파트 모습.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최근 부동산 시장이 전방위적 하락세를 기록하고 있다.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꾸준히 상승폭이 축소되고 있다. 여기에 서울을 중심으로 아파트와 빌라, 오피스텔 등 대부분의 주거 상품 거래건수가 지난해보다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설 연휴 이후에도 부동산 시장 하락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각종 조사 자료에서 최근 부동산 시장 하락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 자료에 따르면 1월 넷째주 전국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는 0.02% 상승하는데 그쳤다. 전국 주간아파트 매매가격지수 상승폭은 지난해 9월 2째주 이후 19주 연속 축소되고 있다. 특히 서울은 지난해 5월 마지막주 이후 8개월만에 하락 전환했다.
여기에 민간기구인 KB부동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 1월 전국 주택의 평균 매매가격은 0.28%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는 2020년 5월 0.14%를 기록한 이후 최저 상승률이다. 특히 서울은 0.21%를 기록해 0.37%를 기록한 전달보다 상승폭이 둔화됐다. 같은 기간 경기와 인천 역시 0.57%에서 0.25%로, 0.79%에서 0.37%로 상승폭이 줄었다.
매매가격 하락은 물론 매매건수도 하락하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사이트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 아파트 매매건수는 504건을 기록했다. 이는 5211건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0분의 1로 하락한 수치다. 연립다세대 주택 등 빌라 매매건수도 1357건을 기록해 5508건을 기록한 지난해 동기보다 75.4% 하락했다.
일반 주거 상품인 아파트와 빌라 뿐 아니라 대체 주거 상품으로 불리는 오피스텔 수요까지 하락한 상태다. 한국부동산원 실거래가 사이트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서울에서 거래된 오피스텔 매매건수는 720건을 기록했다. 이는 1445건을 기록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량 줄어든 수치다. 오피스텔은 가격 급등에 따른 피로감이 덜하다는 점에서 아파트와 빌라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게 줄었다.
재고 부동산 시장 분위기 하락은 최근 분양시장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방 분양시장을 중심으로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면서 공포감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수도권과 서울 분양시장에서도 지난해와 같은 분위기는 찾아볼 수 없다는 평가나 많다. 이는 주택 가격 하락으로 분양을 받아도 시세차익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시장 분위기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대출 규제가 꼽힌다. 지난해 도입된 가계대출 총량제로 대출한도가 크게 줄었고, 올해 1월부터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가 적용되면서 DSR이 40%로 제한되면서 대출이 더욱 어려워졌다.
전문가들은 이런 분위기가 설 연휴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부의 규제가 풀리지 않는 이상 계절적 비수기와 겹치면서 대선까지 부동산 시장 하락 분위기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2021년 4분기 부동산 시장동향’에 따르면 KDI가 전문가 812명을 대상으로 부동산 시장에 대한 평가 및 전망에 대해 설문조사한 결과 올해 매매가격이 하락하리라고 답한 비중이 51.3%로 가장 많았다. 상승(30.4%), 보합(18.3%) 순이었다. 부동산 전문가들 중 56.3%는 집값이 하락할 것이라 답해 경제전문가(50.2%)보다 하방압력이 크다고 평가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정부의 대출 규제와 계절적 비수기까지 겹쳐 당분간 부동산 시장 분위기 하락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며 “짧게는 대선까지, 길게 보면 정권이 바꾸는 6월까지 부동산 가격 하락에 따른 매매건수 하락 등 부동산 시장이 쉽게 반등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