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던 대선후보 토론회가 의외의 차원에서 시작되었다. 새로운물결 김동연 후보와 민주당 이재명 후보 초청 CBS 토론이 그것이다. 방송 3사의 합동토론이 아니더라도 다른 한편에서 광역 단위 순회토론회가 준비되고 있다. 김동연·이재명 후보 토론회에 대하여 고품격 토론이라는 평판이 우세한 가운데 토론이라기보다 대화였다는 견해도 있다. 두 후보의 탁월한 식견과 화법 그리고 세련된 기술은 확실히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고 경의를 표하기에 충분하였다.
그럼에도 아쉬움을 밝히자면, 두 후보의 첫 번째 토론은 그 경륜에 비하여 이른바 “날(edge)이 서지 않아” 변별력이 두드러지지 않았고 국민들의 속내를 심층적으로 다루지 못함으로써 토론으로서는 다소 밋밋하였다. 토론 후 몇 군데 모니터링한 결과를 집약하자면, 두 후보는 군데군데 국내외 급격한 환경변화와 국정현안을 둘러싼 쟁점들에 대하여 촌철살인의 개를 선보였지만 어수선한 전환기를 극복할 수 있는 국가발전 패러다임의 근본적 변화를 제시하는데 미진하였다.
CBS 토론 사회자는 코로나 사태 대응책을 첫 번째 화두로 던졌다. 방역대책과 소상공인 등에 대한 질문이었지만, 자연 자체에는 길흉화복이 없으며 지구유기체는 생태물리적 평형을 치닫기 때문에, 전대미문의 코로나 바이러스를 극복하기 위하여서는 생태문명에로의 전환 내지 지속가능한 발전과 같은 담대한 패러다임의 변화가 대선가도에서 우선 제시되어야 마땅하다.
정치적으로는 남북협력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하다. 이 후보는 한미정상간 포괄동맹을 합의했고 사드배치는 수도권방어에 도움이 되지 않으며 청년들만 희생시키기 때문에 현정부의 대북정책을 승계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김 후보는 이 후보에게 남북관계의 향방을 물으면서 “현정부가 남북문제에 대한 원칙과 철학이 부족하다”고 받았다. 그러나 남북관계에 대한 본인의 원칙과 철학을 밝히지 않았다.
경제부문에서 김 후보는 성장의 질과 경제체질의 개선을 언급하고 후보들의 포퓰리즘 내지 공약의 실현가능성도 문제 삼았다. 이 후보는 과거 성장제일주의를 연상시키는 ‘공정’ 성장을 내세웠다. 하지만 두 후보가 추구하는 자본은 예산과 국채가 전부였고, (공정) 성장의 질을 어떻게 달성할 것인가에 대하여 주목하지 않았다. 세계은행은 ‘국부의 소재’(2005)에서 ‘생산된 자본’에 급급하지 말고 자연자본을 활용하고 무형의 사회자본을 증진시킬 것을 권고한 바 있다. 두 후보는 가상자산과 가상화폐자산을 구분하지 아니한 채 문제보완을 전제로 적극 돌파를 주장하였다.
부동산 대책과 관련하여 이 후보는 현정부에 대한 민심이반이 부동산 가격앙등에서 비롯하였다고 진단하고 “시장에 대한 장기 신호로 311만호를 제시한다”고 말했다. 이는 현재의 부동산 거품을 수요공급 법칙으로 해소하려는 미시적 접근이다. 김 후보는 “부동산 가격 하락에 대비하여야 한다”고 언급하였으나 부동한 거품에 대한 근본 해소책으로 나아가지 아니하였다. 부동산은 급격하게 올라도 내려도 탈이다. 부동산 거품이 쌓이지 않도록 택지 가격을 올리는 민간택지 입찰제와 선분양제의 개선, 지방소멸 대응, 노후주택의 리모델링, 공유지를 활용한 반값 주택건설과 같은 (토지) 경제정의의 실현이 절실하다.
양극화 내지 일자리와 관련하여 두 후보 모두 기회를 강조하였다. 김 후보는 ‘기회의 나라’가 본인의 슬로건임을 내세웠고, 이 후보도 기회의 부족과 충분한 정부지원의 미비를 짚었다. 두 후보 모두 교육·재정의 기회 균등을 해소책으로 삼았다. 그러나 기회의 균등은 개인들의 능력이 평등함을 전제로 한다. 사회적 취약계층 뿐만 아니라 좌표가 다른 개인들은 같은 기회를 부여받더라도 경쟁하기 어렵다. 당초부터 능력이 다르고 또 기회균등이 불가능한 소외계층에 대하여 정부와 공동체가 어떻게 협력하여 사회안전망을 제공할 것인가를 밝혀야 한다.
두 후보는 다 같이 코로나 사태에 당면한 소상공인 대책을 비중 있게 다루었다. 신속하고 전면적인 보상을 지향하였다. 그러나 그동안 소상공인 대책이나 예산지원이 없었던 바가 아니다. 정부는 한동안 첨단기술과 대기업 중심의 경제 속에 동반성장을 지향하였지만 요원하였다. 재래산업과 소상공인들의 생존 그리고 농어업인들의 생존은 약간의 기본소득이나 손실보상으로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 과제이다. 산업구조 전환과 기본권 보장 차원에서 혁신 패러다임이 제시되어야 한다.
권력체계 개편에서 김 후보는 헌법개정, 책임총리제, 국회의원 3선 제한과 같은 대안을 제시하였지만, 이 후보는 원칙에 찬성한다면서도 현실적 어려움이 있다고 물러섰다. 물론 이 방안이 실현되면 권력구조 개편에 이바지하겠으나 수평적 권력분립에 머물러서는 곤란하다. 대권주자들은 ‘수직적’ 권력분립에 기반한 지방 입법·행정·재정·사법의 분권과 자치와 같은 풀뿌리 민주주의 발전에 대한 지역인들의 열망을 깨달아야 한다. 51%의 다수당이 100%의 권력을 함은 모순이라는 이 후보의 지적이 실현되자면, 그리고 청군백군식 진영논리를 벗어나 좌우가 통섭하자면 국회법을 개정하여 광역정당을 허용함으로써 다당제를 발전시켜야 할 것이다.
전재경 사회자본연구원장(doctorchu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