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올해 기업공개(IPO) 청약에서 사상 최대 증거금을 모은
LG에너지솔루션(373220)의 초라한 상장 성적표에 이어 다음 ‘대어’로 꼽히던 현대엔니지어링이 돌연 상장 계획을 철회하면서 IPO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긴축 행보로 시장이 급격히 차가워진 가운데, 대어로 평가받던 현대ENG까지 상장을 철회하면서 2월 공모주 시장은 뜨거웠던 1월과는 온도차를 보일 것으로 보인다.
올해 LG에너지솔루션과 현대ENG 이외에도 다수의 기업들이 IPO를 준비하고 있는 가운데, 전문가들은 올해 공모주 청약에 보주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ENG는 지난달 28일 공모주 청약 일정을 철회했다. 현대ENG는 “최종 공모가 확정을 위한 수요예측을 실시하였으나 회사의 가치를 적절히 평가받기 어려운 측면 등을 고려해 일정을 취소하고 철회신고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5~26일 이틀간 기관투자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 경쟁률은 100대 1 수준으로 나타났다. 앞서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의 수요예측 경쟁률(2023대 1)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며, 지난해 1조원 규모의 공모주 대어 중 가장 낮은 경쟁률을 기록한
크래프톤(259960)(234대 1)과 비교해도 절반 수준에 그쳤다.
전문가들은 현대ENG의 수요예측 흥행 실패에 대해 높은 구주 매출이 영향을 줬다고 평가했다. 구주 매출은 대주주나 일반주주 등 기존 주주가 이미 보유하고 있는 주식지분 중 일부를 일반인들에게 공개적으로 파는 것을 말한다. 결국 공모로 조달한 투자금이 기존 주주에게 돌아간다는 것인데, 현대ENG의 경우 공모 주식 160만주 중 120만주(75%)가 구주매출로 실시될 예정이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LG에너지솔루션이 역대 최대 규모의 IPO에 성공하긴 했지만 연초부터 증시 약세가 이어지고 있어 공모주 청약에 대해서도 보수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며 “올해 공모주 ‘대어’로 꼽혔으나, 기관투자자들 역시 현대ENG의 높은 구주 매출로 투자 매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공모주 청약은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자들에게 투자를 받는 것”이라며 “공모를 통해 조달한 자금이 연구개발이나 사업확대 등에 실제로 투자가 돼야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현대ENG의 경우 공모가 희망밴드(5만7900~7만5700원) 최하단을 기준으로 9264억원을 조달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이중 구주매출 대금이 6948억원에 달한다. 구주매출대금을 제외한 신주모집 금액은 2316억원 에 불과하다.
올해 대어 중 하나로 꼽힌 현대엔지니어링이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고 공모 청약을 철회한 만큼 2월 공모주 시장은 뜨거웠던 1월과는 온도 차를 보일 것으로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최종경 흥국증권 연구원은 “2020년부터 시작된 신규 상장 기업들에 대한 높은 기대수익률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판단된다”며 “2022년 공모 참여시 보수적인 접근이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20년 높아진 공모주 수익률이 계속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은 의미 없다”고 덧붙였다.
현재 SK쉴더스와 교모생명, 쏘카, 원스토어, 현대오일뱅크 등이 상장을 위해 한국거래소에 상장 청구서를 접수했으며, CJ올리브영과 SSG닷컴, 컬리 등도 상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