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사는 30대 여성 A씨는 지난 설 연휴 고향에 다녀와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A씨는 곧바로 서울 집에서 격리생활을 시작했지만, 일주일이 다 되가도록 구청이나 보건소에서 아무 연락없이 기약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확진자 행동지침도 알지 못하고 주위 전파 여부나 방역물품 지원, 이상증상 여부 같은 것도 궁금하지만, 방역당국에서 받은 연락이라고는 모든 확진자에게 발송되는 심리지원 관련 안내문자 한 통이 전부다. 답답함을 느낀 A씨가 먼저 구청에 전화했지만 확진자가 몰렸으니 순서대로 기다려달라는 얘기만 들었다.
인천에 사는 30대 여성 B씨도 3차 접종까지 마쳤으나 얼마 전 지인과의 접촉 후 확진됐다. B씨 역시 아무런 안내조차 받지 못한 채 인터넷 검색정보를 토대로 ‘셀프 재택치료’에 들어갔다.
B씨는 미열이 나는 등 몸에서 약간의 이상증상을 느꼈지만 의료기관의 도움을 어떻게 받는지도 모른 채 집에 구비해 놓은 상비약으로 버텼다. 보건소에서 연락을 받은 건 자가격리까지 포함해 일주일이 훌쩍 지나서였다.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유행에 대응해 내놓은 재택치료가 구멍을 보이고 있다. 양성 판정을 받아 재택치료를 시작하고 4~5일이 지나도록 아무 연락도 못 받는 일이 곳곳에서 발생한다. 이들 확진자들은 “재택치료는 생존방치라더니, 제일 필요한 기간에 버려지는 느낌”이라고 하소연한다.
서울시가 밝힌 재택치료 관리 의료역량은 2만5599명이다. 지난 5일까지 서울 재택치료자만 2만5554명이다. 하루에 5000명꼴로 늘어나는 현실을 감안하면 이미 포화상태다. 동네의원 동참 속도가 확진자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는 셈이다.
이는 전국으로 확대해도 크게 다르지 않다. 6일 기준 전국 재택치료는 12만8716명까지 늘었다. 최대 관리가능인원 16만3000명의 78.96%에 달한다. 의사 한 명당 볼 수 있는 환자 수를 100명에서 150명까지 늘린 수치다.
이미 일선 구청이나 보건소에선 누적된 업무량으로 한계를 말한지 오래다. 새 인원을 충원해준다지만 ‘밑빠진 독에 물 붓기’다. 확진자 검사와 관리의 대부분을 구청과 보건소에만 의존하는 상황이다.
일선 현장에서 능력이 부족하거나 업무를 기피해서 발생한 일이 아니라 기본적으로 감당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달 말에는 전국 10만명까지 확진자가 늘어난다는데 이들 인원을 재택치료로 다 감당할 것인가.
재택치료에 구멍이 생기면 고위험군이 제때 치료받거나 관리받지 못한 채 노출된다. 또 지인이나 가족 등으로 전파되지 못하도록 적시에 차단하지 못한다. 확진자도 증상이 심해져도 아무 도움을 받지 못한다. 말 그대로 방치되는 상황이다.
전체를 다 관리하려고 하지 말고, 고위험군을 보호하는 전략으로 가야 한다. 일본의 재택요양 제도처럼 저위험군에 대해서는 확진자 스스로 집에서 관리토록 하고, 의료기관이 관리하는 재택치료는 고위험군에 집중해야 이 증가세를 감당할 수 있다.
또 모든 행정관리를 구청과 보건소에 맡길 것이 아니라 앱이나 온라인을 활용해 현장의 부담을 줄여야 한다. 의사 1명이 150명의 확진자를 관리하는 실현 불가능한 수치를 고집할 것이 아니라 실제 의료현장에서 감당 가능한 수준만큼 줄여야 동네의원들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다.
김부겸 총리는 현 상황을 ‘마지막 고비’라고 표현했다. 코로나19를 독감 수준으로 관리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여기엔 전제조건이 있다. 의료체계가 붕괴되면 안 된다. 방역체계를 전환해 독감처럼 관리하고 ‘위드 코로나’를 하는데 재택치료가 망가지면 모든 게 허사다.
이제는 꼭 슈퍼 전파자와 접촉해서 확진되는 것도, 방역수칙을 위반해서 코로나19에 걸리는 것만도 아니다. 그만큼 전파력이 높고 어느 경로로 확진됐는지 추적도 어렵다. 나를 포함한 주위 누구나 확진될 수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나아가려면 확진자가 생존방치되는 일은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