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용민 산업2부 기자
HDC현대산업개발이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요즘 건설업계를 바라보면서 떠오르는 가장 큰 의문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안전관리 소홀로 인명사고가 발생하면서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에 이어 연이어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서 HDC현대산업개발을 시장에서 퇴출해야 된다는 여론이 높다. 정부 관계자들도 연일 ‘최고 수준’의 징계를 언급하며 여론을 뒷받침하고 있다.
실제 등록 말소가 이뤄질지, 영업정지 수준에서 끝날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현재 서울시는 등록 말소를 규정한 건설산업기본법과 달리 시행령에서는 행정처분을 최대 영업정지 1년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이 때문에 등록말소 처분을 위해서는 시행령 개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건설산업기본법과 시행령의 처벌 기준이 각각 다르기 때문에 이를 개정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럼 HDC현대산업개발을 등록 말소하면 모든 문제가 끝나는 것인가. 업계에서는 현재 건설업이 인가제가 아닌 신고제라는 점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등록말소를 당해도 다시 새 이름으로 건설업 등록을 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여론 악화와 브랜드 신뢰 하락 등 이전과 똑같은 환경일수는 없겠지만, 당장 사업을 중단할 수는 없기 때문에 HDC현대산업개발 입장에서는 가능한 선택지다.
단순히 이름을 바꾸고 다시 등록하는 문제를 떠나 HDC현대산업개발을 등록 말소하는 것이 말처럼 쉬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서울시 입장에서도 HDC현대산업개발 직원의 생계는 물론 하청 업체의 줄도산 문제 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현재 공사 중인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에 대한 피해도 문제도 남는다. HDC현대산업개발을 봐주자는 말이 아니다. 현실적인 문제를 외면할 수 없다는 말이다.
일각에서는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한 일벌백계도 중요하지만, 안전사고 문제를 한 개별 업체만의 문제로 치부하지 말아야 된다고 설명한다. 건설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정부 기관에 대한 비판은 사라지고, 개별 기업만 망해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조한다. 인허가 승인과 관리 감독의 최종 책임은 사실 정부와 지자체에 있다. 관리 감독 주체가 변하지 않으면 언제든 제2의 HDC현대산업개발이 등장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여기에 한 건설 관계자는 대형 건설사가 지방에서 공사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설명한다. 대부분 1차 하청은 전자 입찰 방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공정하게 이뤄지지만, 그 이후 재하청 과정에서 해당 지역 업체에 일감을 넘기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한다. 지역 업체는 대부분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와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지역 업체에 일감을 주지 않고는 공사를 진행할 수 없다는 것이다. 광주 학동 참사 사고에서 지역 업체에 대한 재하청 문제가 거론되기도 했다.
이처럼 '재하청의 재하청'이 이뤄지면서 100원짜리 공사가 실제 50원에 진행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하청 업체 비용 절감을 위해 무리하게 공사기간을 단축하는 것은 선택이 아닌 필수사항이라는 자조섞인 말도 나온다. 건설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그 뿌리부터 부조리한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이번 사고는 한 개별 업체의 등록 말소 논란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건설업의 구조적인 문제와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 지자체 등의 부실 감독도 해결해야 될 숙제다.
최용민 산업2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