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김충범 기자] 오미크론발 신규 확진자가 연일 폭등하는 가운데 정부가 '셀프 재택치료'를 내놨지만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사실상 ‘치료 포기가 아니냐’는 핀잔까지 나온다.
특히 50대 이하의 대다수는 경증 또는 무증상인 만큼,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방역 완화에 나서야한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치명률이 계절 독감보다 2배 높은 수준인데다, '자가검사키트의 보급 확대'와 '경구용 치료제 투약 기준 완화'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9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가 이원화된다. 정부는 재택치료 환자를 '집중관리군'과 '일반관리군'으로 환자를 분류해 집중관리군 환자를 중심으로 건강모니터링을 실시할 계획이다.
집중관리군은 코로나19 감염 시 중증화율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층과 면역저하자 등 먹는치료제 처방대상자다. 구체적으로 집중관리군의 경우 방역당국이 하루 2회 유선으로 건강 모니터링을 진행한다.
일반관리군에 대해서는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고 필요시 비대면 진료 및 상담센터 상담을 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건강 모니터링은 진행하지 않는다. 일반관리군은 사실상 '셀프 재택치료'를 해야 하는 셈이다.
그러면서도 일반관리군 환자들이 치료에 불편함을 겪지 않도록 의료기관의 전화 처방과 상담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24시간 운영하는 '재택치료 의료상담센터'도 가동한다.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사회전략반장은 "(일반관리군의 경우) 건강의 이상이 있다면 주변의 호흡기전담클리닉 등이나 평소 다니는 동네 의원을 중심으로 전화 상담을 하시면 된다"며 "전화 상담이 어려운 경우를 대비해 전화 상담에 참여하는 의료기관 명단을 별도로 취합해 이를 공개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방역당국은 전화처방·상담과 관련된 건강보험 수가를 마련했다. 대한의사협회와 함께 동네병원의 전화상담·처방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의약품 처방이 늘어날 것에도 대비해 대한약사회와 업무협약을 체결, 담당 약국에서 가족 대리인 또는 배송 등으로 처방 의약품을 전달하는 시스템도 마련했다.
현재 전국 호흡기전담클리닉과 호흡기 진료 지정의료기관 총 2106곳이 코로나19 재택환자의 전화처방·상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손영래 사회전략반장은 "오미크론 유행에 따라 오미크론의 특성에 맞는 대응체계로의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며 "오미크론에 대응한 방역체계의 목표는 고위험군의 진단과 치료에 집중해 중증과 사망 피해를 최소화하고 의료체계의 과부하와 붕괴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9일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따르면 오는 10일부터 재택치료 모니터링 체계가 이원화된다. 사진은 수원시재택치료추진단 상황실 모습. 사진/뉴시스
◇ 신규확진 '5만명' 육박…재택치료 관리 여력 8%에 불과해
재택치료 환자 이원화 관리는 재택치료 환자가 폭증하면서 관리 여력이 한계를 맞았기 때문이다.
이날 0시 기준 집계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9567명이다. 신규 확진자 수는 전날 3만6719명에서 하루 만에 1만2848명으로 폭증했다.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 변이 영향으로 확진자 수는 '5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종전 최다 기록이었던 지난 6일 3만8690명보다도 1만명 넘게 증가한 규모다. 최근 일주일간 신규 확진자는 지난 2일 2만268명, 3일 2만2907명, 4일 2만7438명, 5일 3만6346명, 6일 3만8690명, 7일 3만5286명, 8일 3만6719명, 9일 4만9567명이다.
재택치료 환자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날 0시 기준 재택치료를 받는 환자는 총 16만8000여명이다. 방역당국의 재택치료자 최대 관리가능 인원이 18만3000여명인 점을 고려하면 재택치료 관리 여력은 8%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다.
류근혁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델타에 비해 전파력이 높은 오미크론으로 인해 확진자 수는 지난 3주 연속 평균 1.7배씩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오미크론은 차분히 준비할 여유를 주지 않고 있다. 지자체와 의료계의 적극적인 협력과 추진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집계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9567명이다. 사진은 선별진료소 모습. 사진/뉴시스
◇ 통제·자율 사이 이중주…검사키트·경구 투약 관건
방역당국이 오미크론 변이의 치명률이 계절독감의 2배 높은 수준이라고 밝힌 상태다. 특히 60세 이상의 사망 사례는 90% 이상에 달하고 있다. 하지만 50대 이하의 대다수는 경증 또는 무증상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현 방역전략에 대해 '억제'에서 '완화'로 넘어가고 있는 판단을 내놓고 있다. 앞서 덴마크, 노르웨이 등 유럽권 국가들은 오미크론 변이의 확산에도 방역패스를 해제하는 등 코로나19 방역 해제를 선언한 바 있다.
그러나 방역체계 완화를 위해서는 '자가검사키트의 보급 확대'와 '경구용 치료제 투약 기준 완화'가 병행돼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정재훈 가천대 의대 예방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의 방역 전략이 억제에서 완화로 넘어가고 있다고 봐야 한다. 셀프 재택치료는 그 일환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방역과 관련해 강화 전략, 자연면역 등 다양한 조언들이 오가고 있지만 양극단 사이의 중간에 답이 있다고 본다”며 “당연히 백신 접종을 통해 감염 예방과 높은 중증화 예방을 누리는 과정에서 면역을 획득하는 사람들의 비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는 것이 극복 방안이라 판단한다. 한쪽으로 치우쳐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고 조언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이제는 개인이 마스크를 생활화하며 자체적으로 방역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며 "정부도 신속상원검사를 시민들이 원할 때 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방역패스도 다시 한번 검토해야 한다. 확산세가 빠르게 진행되는 현시점에서 방역패스는 큰 의미가 없다"며 "경구용 치료제의 투약 연령도 고령층으로 국한할 것이 아니라 50세 미만 중 비만이나 당뇨 등 중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있는 환자에게까지 처방할 수 있도록 지침 변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충북 청주에서 찜닭 집을 운영하는 정 모씨(28)는 "정부의 방역실패가 여지없이 드러나는 부분이다. 사망률이 낮다고는 하더라도 없는 건 아닌데 사실상 치료를 포기하는 것 아니냐"며 "확진자 수는 점점 늘어만 가는데, 방역·의료체계는 붕괴하는 모습이다. 결국 이렇게 될 거면 왜 이렇게 사회를 통제하며 자영업자들을 어려움에 빠뜨렸는지 모르겠다"고 호소했다.
서울 암사동에 거주하는 이모(42) 씨는 "일부 유럽 국가들처럼 자연 면역으로 가기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 통제식 방역보단 완화 쪽으로 움직여야한다"고 토로했다.
9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집계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4만9567명이다. 사진은 방역패스 안내문이 붙은 서울 중구 한 식당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김충범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