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청약자들이 한 견본주택에서 모형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면서 분양시장도 찬바람이 불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대규모 미분양 사태가 벌어지고 있고, 미분양 공포는 경기를 넘어 서울까지 번지고 있다. 대출 규제와 아파트 가격 하락이 분양시장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런 분위기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지방에서는 이미 미분양 공포가 현실화된 상태다. 지난해부터 대구을 중심으로 분양만하면 청약 미달 사태가 줄줄이 발생했다. 여기에 미분양 사태가 부산까지 번지면서 지역 거점 도시를 중심으로 미분양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 대부분 공급 과잉으로 예비청약자들이 인기 지역에만 몰리는 양극화 현상이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경기지역은 올해 초부터 이미 일부 단지에서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한 바 있다. 지난 1월 3~6일 청약을 진행한 ‘안성 우방아이유쉘 에스티지’는 916가구 모집에 580가구 미달이 발생했다. 아울러 1월에 청약을 진행한 ‘신천역 한라비발디’에서도 3개 타입 1순위 해당지역에서 미분양이 발생해 기타지역까지 분양자를 모집하기도 했다.
미분양 우려는 경기를 넘어 서울지역까지 번지는 분위기다. 청약홈에 따르면 올해 서울 첫 분양 단지인 강북구 ‘북서울자이 폴라리스’ 1순위 청약은 295가구 모집에 1만157명이 신청해 평균 34.4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이전 단지들이 일반 청약에서 대부분 수백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 때문에 ‘묻지마 청약’ 이후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도 줄을 잇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평균 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송도 자이더스타’는 최근 계약을 진행했지만, 당첨자 30% 이상이 계약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단지는 추가 계약까지 진행했지만, 결국 5개 타입 84가구는 무순위 청약을 진행했다. 최근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미분양 공포가 높아지자 시행사들은 파격 혜택을 내놓으면서 수분양자 잡기에 나서고 있다. 일부 단지에서는 계약금 1000만원 정액제를 도입하면서 나머지 계약금은 한 달 후 납부하도록 하고 있다. 여기에 일부 단지는 중도금 유예 정책까지 내놓고 있다. 자금 마련에 부담을 느끼는 수분양자들이 계약을 포기하는 사례를 최대한 막기 위한 최후 수단이다.
그러나 향후 분양 물양이 대거 쏟아지면서 미분양 공포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에 따르면 이달 47개 단지, 총 2만8535가구 중 2만2521가구가 일반분양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총 가구수는 1만3572가구(91% 증가), 일반분양은 8670가구(63% 증가)가 늘어났다.
먼저 분양시장 열기 하락 원인으로 대출 규제가 꼽힌다. 올해부터 시작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강화로 대출 문턱이 한층 더 높아지면서 계약금 및 중도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분양자들이 늘면서 청약을 포기하거나, 전세 등 세입자로 눌러 앉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는 평가가 많다. 여기에 재고 부동산 가격 하락은 이제 분양으로 시세 차익을 누릴 수 없다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다.
분양 물량 증가와 대출 규제 등으로 분양시장이 이중고를 겪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출 규제가 완화되지 않을 경우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대통령 선거 이전까지는 부동산 시장에도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분양 사태가 서울까지 확산될지는 좀 더 두고 볼 필요가 있지만, 전국적으로 분양 시장이 식어가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특히 대출 규제가 풀리지 않으면 자금 마련이 어렵기 때문에 현금 부자 이외에 청약에 뛰어들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 지금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