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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혁신성장'과 '풀뿌리 성장' 쌍끌이로 온전한 균형성장 이루자
입력 : 2022-02-11 오전 6:00:00
2000년대 들어와 우리 경제가 저성장 기조에 접어들면서 경제성장 전략으로 혁신성장을 추구해 왔다. 정부에 따라 지식경제, 녹색성장, 창조경제, 한국판 뉴딜 등으로 이름은 다르게 붙였지만, 그 내용은 혁신성장에 속한다. 전통산업의 기존 기술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 어렵기 때문에 혁신 기술에 투자해 신산업을 키워 경제를 성장시키는 혁신성장이 유효한 대안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20대 대통령 선거에 출마한 후보들도 성장 공약으로 혁신성장을 내세우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디지털 전환'에 중점을 둔 산업대전환을 통해 20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고 국민소득 5만 달러를 달성해 세계 5강의 경제대국으로 부상한다는 신경제 비전을 공표했다.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산업구조를 고도화하고 디지털 데이터 인프라를 확충하며 기술혁신 R&D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경제를 도약시킨다는 ‘역동적 혁신성장’을 선언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는 5개 분야에서 초격차 과학기술을 선도해 삼성전자 수준의 기업을 5개 만들어 5위 선진국으로 발전시킨다는 공약을 발표했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이 확산하는 시기에 우리 경제를 세계 5강 반열에 올리고 국민소득을 5만 달러로 상승시키는 혁신성장이 필요하다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고 공감한다. 그러나, 혁신성장이 만병통치약이 아니며 강력한 효과를 발휘하면 그만큼 부작용도 크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 
 
미래산업을 키워 경제성장을 성취하는 혁신성장의 주역은 기술력이 우수한 벤처기업과 자본력이 막강한 대기업이다. 당연히 혁신성장에 따른 경제적 과실도 소수의 창업가와 자본가에게 쏠리게 된다. 유니콘 벤처기업이 인수합병되거나 대기업의 신사업 계열사가 상장할 때 엄청난 자금이 몰리고 경영진과 투자가가 천문학적 수익을 올리는 것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아니다. 얼마 전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이 상장하며 시중의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사례는 앞으로 더 자주 나타날 것이다.  
 
혁신성장의 부산물로 발생하는 부의 쏠림현상은 경제적 불평등을 확대하고 양극화를 심화시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상위 10%의 소득 점유율은 1995년 29%에서 2020년 46.5%로 15년 사이에 17.5%포인트나 급상승go 전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급격한 경제적 불평등이 진행되고 있음을 시사해준다.
 
혁신성장의 또 다른 문제는 산업전환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갈등과 마찰이다. 혁신산업의 성장이 전통산업의 쇠락과 직결될 경우 갈등은 더욱 커지고 첨예화한다. 차량공유, 숙박공유, 배달플랫폼, 전자상거래, 원격의료, 핀테크 등을 둘러싼 갈등은 시간이 지나도 해결되지 않고 더 커질 뿐이다. 
 
이런 사회적 갈등이 여론의 주목을 받아 정치적 현안으로 부각되면 혁신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화된다. 국민 모두를 잘살게 만들자는 혁신성장 노력이 불평등과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갈등과 대립을 초래해 혁신성장을 억압하는 규제로 귀결되는 악순환은 매우 역설적이며 안타깝다.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혁신성장을 포기하는 것은 올바른 해결책이 아니다. 혁신성장은 필수적으로 불균형 성장을 가져오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 온전한 균형성장을 이루려면 혁신성장과 더불어 풀뿌리성장이 병행돼야 한다. 즉, 첨단산업의 선도기업이 이끄는 혁신성장과 함께 경제의 기반을 형성하는 중소기업도 대등하게 성장하는 풀뿌리성장이 추진돼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이유에서건 대선 후보들의 공약에서 중소기업을 성장 주체로 여기는 공약은 찾아볼 수 없다. 대부분은 중소기업을 자생력이 부족한 약자로 취급하며 지원의 대상으로 접근한다. 
 
중소기업은 사업체 수와 고용에서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며 지역사회와 서민경제를 지탱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중소기업 일자리는 일반 국민이 열심히 일해 소득을 얻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중산층을 두텁게 하고 사회 안정과 정치 민주화에 기여한다.   
 
이런 중소기업이 활발하게 활동하며 성장한다는 것은 경제 전반의 활력이 충만하고 선순환 생태계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풀뿌리 성장은 중소기업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리고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에 초점을 둬야 한다. 중소기업이 중견기업, 그리고 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사다리를 만들면 더할 나위 없이 바람직하다. 
 
산업의 변화를 앞장서 이끄는 혁신성장과 이를 받쳐주는 풀뿌리성장이 쌍끌이로 가동해 성장동력에 가속도가 붙을 때 우리 경제가 세계 5위 경제강국으로 올라서고 국민 모두가 성장의 혜택을 골고루 누리게 될 것이라 생각한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외부 필진 칼럼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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