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전국 18개 지역의 자치경찰위원장들이 출범 2년차를 맞은 자치경찰제를 ‘반쪽짜리’로 평가하며, 실질적인 이원화를 위한 대선 공약 반영을 주장했다.
전국시도자치경찰위원장협의회는 1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대 대통령선거 정책공약 건의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자치경찰사무 개념 명확화 △지구대·파출소 임용권 확보 △승진심사위 설치규정 명시 △자치경찰교부세·자치경찰특별회계 신설 △자치경찰 관련 과태료·범칙금 지자체 이관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등을 건의했다.
자치경찰은 현 정부 핵심 국정과제로, 기존 국가경찰이 획일적인 치안행정을 펼치는 과정에서 사회적 약자에 대한 사각지대가 발생하거나 지역별 실정을 반영하지 못하는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작년 7월 탄생했다.
자치경찰은 출범 이후 제주도에서 렌터카 교통사고나 숙박시설 성범죄 예방활동을 하거나, 서울에서 아동학대 피해아동에게 간병인비를 지원하는 등 각 지역별로 시급한 치안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하지만, 국가경찰과 자치경찰의 할 일을 구분한 이원화 모델이 아닌, 국가경찰을 중심으로 두고 생활안전, 교통, 경비, 여성·청소년 등 일부 사무만 자치경찰위원회에서 지휘·감독하는 일원화된 모델이 도입됐다.
그러나 승진·징계 권한이 없어 ‘자치경찰 없는 자치경찰제’라는 자조적 비판이 일고 있다. 또 사회적 약자에 대한 치안수요가 늘면서 예산 수요가 늘지만, 시도별 재정 여건이 달라 지역별 치안서비스에 대한 격차가 우려된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작년 10월 SNS를 통해 “경찰 인사는 경찰이 알아서 할테니 민선 시장은 사인만 하라는 것은 자치경찰이냐, 경찰자치냐”라고 비판한 바 있다. 자치경찰 인사에 대한 권한을 갖지 못한 지자체장이 운영에 책임만 지는 구조는 부당하다는 문제 제기다.
전국 자치경찰위원장들이 주장한 핵심 대안은 자치경찰 이원화다. 자치경찰이 실질적인 인사권과 안정적인 재원을 확보한 후 기존 국가경찰 조직과 분리된 자치경찰조직을 갖추는 방향이다. 지역주민과 가장 가까운 지구대·파출소도 자치경찰에 포함한다.
김현태 협의회장은 “기존 국가경찰이 수행하던 사무 일부를 자치경찰사무로 명명한 정도에 불과”라며 “자치경찰의 정체성 및 책임성을 확보하려면 차기 대통령 임기 내에 ‘국가경찰-자치경찰 이원화’ 모델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국 18개 자경위 위원장들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20대 대통령 선거 정책공약 건의 기자회견'에 참석해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