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송희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우려가 커지면서 전쟁 임박에 대한 불안감이 증시를 장악했다. 인플레이션 우려로 이미 변동성이 커진 상황에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겹치자 투자자들은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되는 모습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전쟁의 현실화보단 장기적인 리스크로 판단해야 한다며 오히려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따른 변동성에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면서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부각될 전망이다. 코스피는 하방 압력이 높아지면서 2640포인트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반면 안전자산인 원달러 환율은 1200원 안착 시도에 나서고 있다.
시장이 우려하는 지정학적 리스크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이다. 앞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접경지역에 병력을 추가 배치하고, 러시아가 오는 16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라고 알렸다. 주요국 외교관은 우크라이나에서 철수하면서 불안감이 고조됐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약 1시간 동안 우크라이나 사태를 전화로 논의했지만 특별한 대안은 마련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영국과 호주, 네덜란드, 일본, 한국도 우크라이나 자국민에게 철수를 권고한 상태다.
상황이 급박해지자 미국 증시도 낙폭을 확대했으며 국내 증시도 전쟁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장중 2% 넘게 급락하면서 2680선까지 하회한 이후 낙폭을 줄였다. 채현기 케이프투자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러시아 관련 지정학적 리스크는 이번주 증시 변동성을 확대시키는 요인”이라며 “여기에 FOMC 의사록 등 불확실성 요인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에 보수적 관점을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채 연구원은 코스피의 이번주 최하단 레인지를 2640포인트로 내다봤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나토의 동진 문제를 둘러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 리스크는 시장 불안의 중심으로 자리잡고 있다”면서 “지난 11일 미국 증시가 장 중반 이후 급락세를 연출할 것도 백악관 측에서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할 것이는 경고를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면전까지는 아니더라도, 우크라이나 남부 지역 국지전, 사이버 전쟁 가능성도 열려 있다”면서 “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전쟁의 현실화보다는 지정학적 긴장 국면 장기화를 베이스 시나리오로 상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된다”고 부연했다.
김석환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긴장이 고조될수록 유가 급등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는 유가에 파상된 다양한 가격인상이 도미노 효과처럼 나타나면서 인플레이션 상황에 기름을 붓는 꼴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전쟁 리스크는 일시적이라며 펀더멘탈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우려와 달리 전쟁 그 자체의 지속 기간은 길지 않을 것으로 본다”면서 “실제로 과거 사례를 보면 전쟁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은 크지 않다”고 강조했다.
국내 증시의 또 다른 불확실성은 오는 16일 공개되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등 연방준비제도(연준)발 이벤트다. 앞서 미국 1월 소비자물가의 서프라이즈 이후 연준의 긴축 가속화 불안이 재차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지표 발표 이전에는 연준의 금리인상 횟수는 6회였지만 현재는 7회, 연내 8회에서 9회 인상까지도 언급되고 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3월 FOMC에서 50bp(1bp=0.01%포인트) 금리인상 우려는 50% 밑으로 내려갔지만, 연내 6번 이상 금리인상이 시장 컨센서스로 자리하고 있다”면서 “미국 연방 금리 선물 기준 6.3회 금리인상, 기준 8번과 7번(페드 워치 기준) 금리인상 확률이 각각 29.3%, 28.8%로 58%를 상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연준이 통화정책 목표로 언급하고 있는 고용과 물가 서프라이즈가 2월 초부터 동시에 유입되고 있다”면서 “3월 FOMC에서 연준의 통화정책 스탠스를 확인하기 전까지 시장 참여자, 투자자들이 느끼는 통화정책에 대한 부담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증시 변동성 확대에도 과도한 우려에 대해선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지영 연구원은 “4분기 실적 시즌을 거치면서 주요국 증시의 이익 체력도 회복되는 구간에 진입했다”면서 “이를 감안하면 과도한 주식 비중 축소는 지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무력 충돌 우려에 국내증시는 부진했다. 사진은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의 마리우팔리에서 한 여성이 민간인 기본 전투 훈련에 참여해 사격 요령을 배우는 모습.사진/뉴시스
신송희 기자 shw101@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