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위기가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과 러시아가 양국의 정상회담을 원칙적으로 수락했다.
아직은 '원칙적인 합의' 수준에 머물러 있지만 미국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우크라이나 사태 해결의 분수령이 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국경지대에서는 미국을 주도로 하는 서방 동맹국과 러시아의 군사훈련이 진행되는 등 군사대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20일(현지시간) 배포한 성명을 통해 "대통령이 여러번 명확히 했듯이 침공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외교적 해법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정상회담의 원칙을 수용했다.
이와 관련 프랑스 대통령궁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전날 우크라이나 위기 해법에 관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에 두 정상의 회담을 제안했고, 이들이 모두 수용했다고 밝혔다.
앞서 미·러 정상은 지난 12일과 지난해 12월30일 1시간여 동안 전화통화를 했지만 별다른 해법을 내놓지 못했다. 정상회담 원칙적 합의라는 낭보가 전해지기 전까지 우크라이나 갈등 국면은 심각하게 흘러갔다.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회의를 소집해 우크라이나 국경에서 러시아의 군사력 증강과 관련한 최근 전개 상황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2시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는 바이든의 외교안보팀과 경제 부처 장관 등이 참석했다.
(좌)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우)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미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임박했다고 보고 경계 태세를 높이고 있다. 미국 정부는 크렘린 러시아군 지휘관들에게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속 진행하라는 명령을 내렸다는 정보를 새로 공개하기도 했다. 미국은 러시아 침공에 대비하기 위한 조치로 최근 F-35A(라이트닝Ⅱ) 최신예 전투기와 공중급유기를 독일에 추가 배치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동유럽에서 국경 하나를 사이에 두고 각각 동맹국과 합동 군사훈련도 진행하고 있다. 러시아 스푸트니크 통신에 따르면 미국은 폴란드 동남부에서 폴란드와 연합훈련을 시작했다. 러시아는 지난 10일부터 시작했던 벨라루스와의 합동 군사훈련을 연장하기로 했다. 이번 합동 훈련은 당초 이달 20일에 끝날 예정이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전운 위기가 고조되자 이날 러시아 주재 미국 대사관은 공격 위협을 이유로 러시아 내 자국민을 대상으로 대피 계획을 세우라고 경고했다. 군중을 피하고, 개인의 안전 계획을 검토하는 것과 함께 미국 정부 지원에 기대지 않는 대피 계획을 마련하라는 행동 지침을 전달했다.
우크라이나의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 지역에서 정부군과 친러 성향의 반군 간 교전이 이어지면서 인명 피해가 커지고 있다. 반군 측의 민간인 대피 명령이 내려진 가운데 러시아 비상사태부는 동부 돈바스 지역 주민 4만여명이 러시아 남부 로스토프주로 이동했다고 밝혔다.
반면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의사를 강하게 부인하고 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주재 러시아 대사는 같은날 CBS '페이스 더 네이션'에 출연해 "침공 계획 같은 건 없다"면서 "러시아 군대는 러시아 땅에 있으며 누구도 위협하지 않는다"고 했다.
친러시아 분리주의 세력이 장악한 도네츠크 지역 주민들이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볼고그라드로 임시 거처로 가기 위해 기차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