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예술인들의 안정적인 창작활동을 지원하는 내용을 담은 예술인 창작활동 지급 조례가 갑론을박 끝에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서울시의회는 21일 제305회 임시회를 열어 예술인 창작수당 지급 조례안에 대해 재석 61명 중 찬성 53명, 반대 5명, 기권 3명으로 가결했다.
조례안은 서울시장이 예산의 범위 내에서 지역화폐로 예술인 창작수당 재원을 마련할 책무를 지도록 규정했다. 서울시에 거주하는 예술인 중 예술활동증명서를 발급받은 예술인이 대상이다.
표결에 앞서 이뤄진 토론에서 국민의힘 김소양 시의원은 반대 입장을 밝혔다. 김 의원은 예술인 창작활동 안정이라는 조례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사회적 합의 절차 없이 과도한 재정부담이 가해진다며 날을 세웠다.
김 의원은 “예술인 기본 소득에 가까운 창작 수당이 그 해결책인가”라며 “소득 수준과 관계없이 예술 활동 증명만 있으면 모두가 1년에 최대 100만원씩 월 8만원씩 받는 걸로 정말로 어려운 환경에 놓인 예술인들의 삶이 개선될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서울에 예술활동 증명을 발급받은 3만6000여명에게 월 8만원씩 모두 나눠주는 비용이 연간 약 370억원”이라며 “그러면 체육인들은 어떨까. 열악한 형편 속에서도 시민들의 건강을 위해 봉사하는 생활체육 지도자들에게 체육 수당을 나눠줘야 한다”고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김소양 서울시의원이 2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유튜브)
서울시의회에서 작성한 조례안 검토보고서에서도 조례안에 대해 선언적 의미는 인정하지만, 예술인 개개인에게 조건 없이 정기적으로 창작수당을 지급해야 하는 필요성, 재원 마련 방안, 창작수당의 적절한 지급규모, 지급방법, 지급횟수, 지급시기 등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적시됐다.
서울시 집행부도 조례안에 대해 검토결과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미 ‘예술인 복지 증진에 관한 조례’가 시행 중이며, 시민 공감대가 필요한 새로운 재정사업보다 기존 서울문화재단의 예술창작활동지원을 우선지원한다는 입장이다. 특히, 서울시는 조례안이 시장의 예산편성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재의 요구를 할 계획이다.
반면, 이날 토론에서 찬성 입장으로 나선 황규복 시의원은 열악한 환경에 놓인 예술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창작수당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예술인 창작수당이 이미 경기도에서 시행 중인 만큼 도입에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고 얘기했다.
김 의원은 “예술인 복지법이 제정됐지만, 이마저도 지원받지 못하는 사각지대가 발생하고 있다”며 “낭떠러지에 서 있는 예술인들에게 삶을 회복할 수 있는 최선의 기회”라고 말했다.
이어 “창작 수당의 세부적인 사항은 서울시장이 정하고 예산의 범위에서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서울시장에 대한 예산 편성권 침해 소지는 법적 다툼을 벌이자는 핑계에 불과할 뿐”이라며 “경기도는 이미 시행하고 있는 조례이며, 지역화폐로 지급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규복 서울시의원이 21일 서울시의회 본회의에서 토론하고 있다. (사진=서울시의회 유튜브)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