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강력히 비판하면서 강도 높은 추가 제재 방안을 내놨다. 단호한 조처 없이는 러시아의 폭주를 막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4일(현지 시간) 백악관 대국민연설을 통해 러시아의 4개 주요 은행 제재와 함께 반도체 등 하이테크 제품의 러시아 수출 금지 등을 골자로 한 제재 방안을 발표했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과 러시아 지도층 인사도 제재 리스트에 포함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침략자'라고 규정하면서 "푸틴은 전쟁을 택했다. 이제 그와 그의 나라가 그 결과를 감당해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당한 이유가 없는 계획적인 공격을 시작했으며, 우리는 노골적인 국제법 위반을 목도했다"고 강조했다.
제재안에는 러시아의 VTB 등 총 1조 달러(약1204조원) 자산을 보유한 러시아 대형은행들의 제재를 비롯해 러시아의 달러·유로·파운드·엔화 거래 제한, 러시아 군대의 자금조달과 증강을 위한 능력 차단 등이 포함됐다. 푸틴 대통령의 측근들과 그 가족에 대한 제재도 추가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조치로 인해 러시아가 국제사회에서 달러와 유로, 파운드, 엔화를 통한 사업 능력이 제한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번 조치에 27개 유럽연합(EU) 및 주요 7개국(G7) 회원국들이 동참할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번 조치를 러시아에는 장기적인 영향을 최대화하고, 미국 및 동맹국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설계했다"고 밝혔다.
다만 국제사회의 가장 강력한 제재 수단으로 거론됐던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결제망 퇴출 조처는 이번 제재에 포함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의 SWIFT 퇴출은 항상 선택 가능한 옵션"이라면서 "이런 방안은 유럽 국가들이 현시점에서는 원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출통제와 관련해선 "러시아 첨단기술 수입의 절반 이상이 이번 제재로 차단될 것으로 추정한다"면서 "이를 통해 러시아군의 항공·우주산업 및 선박건조 능력에 손상을 줄뿐 아니라, 푸틴 대통령의 장기적이고 전략적인 야망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 연설 직후 보도자료를 낸 미 상무부는 반도체·컴퓨터, 통신·정보보안 장비, 레이저·센서 등이 이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든 정부는 나흘 연속 러시아에 대한 제재를 내놓고 있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 21일 우크라이나 분리주의자들이 지배하는 친러 반군공화국들의 독립을 승인하자 미국은 해당 지역에 대한 미국의 신규 투자·무역·금융을 금지하는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어 지난 22일에는 러시아의 행위를 '침공'으로 규정하면서 러시아 국책은행인 대외경제은행(VEB)과 방위산업 지원 특수은행 PSB 및 42개 자회사들이 서방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막고 해외 자산을 동결하는 제재를 내놨다.
전날인 23일에는 러시아와 독일을 직접 잇는 가스관인 '노르트 스트림-2' 건설 주관사 '노르트 스트림-2 AG'와 그 기업 임원을 제재하는 조처를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가능성에 대해선 "대화할 계획이 없다"며 일축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의 우크라이나 공격은 결국 러시아에 막대한 경제적·전략적 손실을 입힐 것"이라면서 "우리는 그가 국제무대에서 '왕따'가 되도록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유럽의 동맹을 방어하기 위해 독일에 미군 7000명의 추가 파병과 유럽에 배치된 미 공군과 지상군의 동유럽배치도 승인했다고 했다. 이어 "미국은 북대서양조약 5조에 따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에 대한 방어 약속은 철저히 지킬 것"이라면서도 "미군은 우크라이나 내에서 러시아와의 분쟁에 관여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 시간) 워싱턴DC 백악관 이스트룸에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에 대해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