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최용민 기자]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이 지났지만, 건설업계에서는 여전히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법 시행 이후 레미콘 및 골재 전문회사인 삼표산업 채석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하면서 업계 뿐 아니라 전 산업에서 중대재해처벌법 1호 수사 대상이 됐다. 이어 요진건설산업 건설현장에서 엘리베이터 추락사고가 발생하는 등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한 달도 안돼서 건설업계에서 총 4건의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특히 사고 원인을 살펴보면 기본적인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사고라는 점에서 여전히 후진국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에서 발생한 사망사고가 대부분 추락사라는 점에서 안전모와 안전띠 착용, 안전대 설치 등 기본적인 안전사고 수칙을 지키지 않아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건설현장 사망사고 중 60%가 추락사다. 불량한 작업 발판, 안전시설 미비, 개인 보호장비 미착용 등 안전수칙을 지키지 않는 것이 그 원인으로 이는 전형적인 후진국형 사고다.
먼저 지난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이틀만인 29일 레미콘 및 골재 사업을 영위하는 삼표산업 석재 채취장에서 토사 붕괴 사고가 발생하면서 3명이 매몰됐고, 이 중 2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산업안전보건법 및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 특히 대표이사가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로 입건되며 ‘중대재해법 처벌 1호 기업’이 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삼표산업 양주사업소 석재채취장에서 발생한 토사 붕괴사고 현장에서 소방 구조대원 등이 금속탐지기를 활용해 실종자 수색을 하고 있다. (사진=소방청 제공)
이어 지난달 8일에는 요진건설산업이 건설 중인 성남시 수정구 판교제2테크노벨리 신축 현장에서 승강기 설치 작업 중 추락사고가 발생해 2명이 사망했다. 재해 근로자 2명은 현대엘리베이터와 계약을 맺은 협력업체 소속 직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고용부도 이번 사고와 관련해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협의 등을 수사하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16일에는 현대건설이 공사 중인 구리시 세종~포천 고속도로 건설 공사 현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추락하는 사망 사고가 발행했다. 재해 근로자는 일용직 근로자로 개구부 덮개를 이동하던 중 발을 헛디뎌 약 3미터 아래로 추락해 사망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어 지난 21일에는 쌍용C&E 동해 시멘트공장에서 소성로 옆 예열실에서 작업 중이던 근로자가 추락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문제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건설업계에서 발생한 사망사고 대부분 삼표산업 붕괴 사고를 제외하고 모두 추락사였다는 점이다. 일반적으로 건설현장에서는 추락사고 위험이 높을 경우 안전대를 설치하거나, 안전띠를 착용하는 등 추락 사고에 대비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들 사고와 관련해 자세한 사고 원인이 밝혀지겠지만, 단순히 안전장치 미흡이 사고 원인으로 밝혀질 경우 비난을 피하기 쉽지 않아 보인다.
바꿔 말하면 이들 사고 대부분이 기본적인 안전장치만 구비했다면 막을 수 있었던 사고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기본적인 안전 조치에 더욱 신경을 써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런 안전장치 설치가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한국에서는 이걸 엄격하게 적용하지 않는 업무 관행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단, 건설업계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 뿐 아니라 다른 산업군에서 발생한 사망 사고도 안전장치 미흡 등 사전에 막을 수 있었던 사고가 대부분이었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16일 인천의 한 자동차부품 제조업체에서 20대 근로자가 기계에 기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고, 2일에는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서 근로자 1명이 대형 용기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들 사고도 대부분 방호조치 미실시 등 기본적인 안전장치 소홀 등이 사고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건설현장에서 빈번하게 발생하는 재해 유형이 추락인데, 이는 안전 장구의 사용이나 개구부의 안전 펜스 같은 안전설비 설치로 상당부분 예방이 가능하다”라며 “다만 아직까지는 이런 부분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업무 관행이 충분치 못한 현장도 있기에, 향후로도 꾸준한 안전문화 정착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최용민 기자 yongmin03@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