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군이 유럽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우크라이나의 자포리자 원전을 점령했다.
4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러시아군이 자포리자 원전을 탈취했다"고 자포리자주 지역 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원전 측은 "시설이 안전한 상태이며 핵 안전도 보장됐다"고 전했다.
앞서 러시아군은 이날 오전 1시쯤부터 자포리자 원전에 집중 포격을 가했으며, 오전 1시 40분쯤 원전 외곽의 5층짜리 교육·훈련용 건물에 화재가 발생했다. 사고 현장에 러시아군의 포격이 이어지면서 소방관 진입이 지체됐으나 우크라이나 정부는 이날 오전 6시 20분쯤 불을 껐다고 밝혔다.
현재까지 화재로 인한 사상자는 없으며, 원전 주변 방사선 수치도 정상 범위라고 우크라이나 당국은 밝혔다. 또, 이날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가동되지 않는 자포리자 원자로 1호기 격실이 일부 훼손됐으나 안전에는 이상이 없다고 전했다.
자포리자 원전은 우크라이나에서 가동 중인 원자로 15기 중 6기를 보유한 대규모 단지로, 우크라이나 발전량 4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러시아군의 자포리자 원전 점령은 우크라이나 전력 공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주요 인프라 시설을 점령해 적군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우크라이나나의 핵무장 시도를 막기 위해 군사적 개입이 불가피하피다는 침공 명분을 정당화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달 24일 우크라이나에 대한 군사작전을 명령하면서 우크라이나 내 극단세력이 핵무기를 보유하려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군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 직후 벨라루스와의 국경 인근에 있는 체르노빌 원전의 통제권을 접수한 바 있다.
한편,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결의안에 위배되는 핵 시설 무력 공격을 한 러시아에 대해 국제사회에서 강한 비판을 쏟아냈다.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교장관은 트위터에 "만약 자포리자 원전에 폭발이 일어난다면 체르노빌보다 10배는 클 것이다"라고 했다. 미국 백악관도 자료를 내고 러시아에 "이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즉각 중단하고 소방관들과 긴급대응 요원들의 시설 접근을 허용 하라"고 요구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이 문제와 관련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소집했으며,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도 기민하게 대응 태세를 갖췄다.
4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우크라이나 최대 원자력발전소인 자포리자 원전 포격 모습. (사진=우크라이나 전략통신정보보안센터 텔레그램 갈무리)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