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불면증 등에 효능을 보이는 산조인과 달리 겉보기엔 비슷하지만 효능이나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은 면조인을 싼 가격에 속여 팔던 일당이 적발됐다.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은 한의원 등에 유통되는 산조인(Zizyphus Jujuba) 10개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여 검사한 결과, 산조인과 유사한 값 싼 면조인(Zizyphus Mauritiana)을 제조·유통한 6개 업체를 적발했다고 8일 밝혔다.
산조인은 묏대추나무의 씨앗으로 불면증, 신경안정 등에 사용되며, 면조인은 산조인과 육안으로 구별이 힘들 정도로 생김새가 비슷하다. 특히, 면조인은 산조인보다 3~4배 싼 가격에 거래되며 효능이나 부작용이 검증되지 않아 의약품 뿐만 아니라 식품 유통이 금지돼 있다.
서울시는 가짜 산조인 제품이 많이 유통되고 있다는 첩보에 따라 한약재도매상, 한방병원 등에서 무작위로 구매한 제품에서 절반 이상을 가짜로 확인했다. 적발된 6개 업체에서 2020년 5월부터 2021년 8월까지 제조한 산조인은 2500kg, 8000만원 상당이며 한의원 등에 공급돼 한약 조제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의원 등에서 의약품으로 사용되는 한약재는 제조·유통과정에서 보다 엄격한 관리가 이루어져야 함에도 다수의 업체는 산조인과 면조인을 한 자루에 담아 별다른 구분없이 창고에 보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소재 A 한약재 제조업체의 경우 면조인을 산조인과 혼입한 이유에 대해 “같은 창고에 보관하다가 모양이 비슷해 직원이 실수로 면조인을 산조인으로 포장했다”고 진술했으나, 이를 알고도 도매상을 통해 한의원 등으로 유통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이번 수사는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 강북농수산물검사소가 육안으로 판정이 어려운 면조인과 산조인을 새롭게 개발된 유전자 분석법을 통해 밝혀냈다. 유통 중인 한약재의 경우 전문가들이 관능검사로 가짜를 구별하나, 면조인·산조인과 같이 볶아서 판매하는 경우 판정이 어려웠다.
서울시 민사경은 이번 검사결과를 식약처에 통보했고 해당 한약재에 대한 회수·폐기 조치 및 행정처분을 의뢰했다. 기준에 맞지 않은 의약품을 제조·판매한 경우 약사법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강옥현 서울시 민생사법경찰단장은 “품질이 부적합한 한약재에 대해서는 식약처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하며, 부정식품·의약품을 발견할 경우 서울시에 신고하면 결정적인 범죄행위의 경우 최대 2억원까지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육안으로 구별이 힘들다는 이유로 속여 팔다 적발된 산조인과 면조인. (사진=서울시)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