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선두 기업 중 하나였던
제넥신(095700)이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중단하면서
엔지켐생명과학(183490)의 향후 사업 방향에도 경고등이 들어왔다. 백신 제조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에 나서는 등 코로나19 백신에 사업적 역량을 올인하고 있는 상황에서 ‘엔데믹’(풍토병으로 굳어진 감염병) 전환이 리스크로 작용한 것이다.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제넥신은 지난 11일 코로나19 예방 DNA 백신 ‘GX-19N’의 2/3상 임상시험 자진 철회를 결정했다. 세계 백신 수급 상황이 호전되면서 사업성이 낮아졌다는 판단이다.
의료진이 코로나19 백신을 주사기로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제넥신은 국내 기업 중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가장 빠르게 치고 나갔던 기업이다. 지난 2020년 6월 코로나19 백신 후보물질 ‘GX-19’의 사람 대상 임상을 시작했으며, 같은 해 변이 바이러스 대응을 위해 후보물질을 ‘GX-19N’으로 변경했다.
지난해 8월에는 자사 백신 'GX-19N'의 글로벌 임상 2/3상 접종 대상을 건강한 성인에서 백신 접종 이력이 있는 성인으로 변경하고 부스터샷으로 사용했을 때 방어효능 검증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전까지 진행한 임상이 기본접종을 위한 시험이었다면 앞으로는 추가접종에 쓰일 백신으로 초점을 맞추겠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제넥신이 백신 개발을 포기하면서 백신 사업에 올인하고 있는 엔지켐생명과학의 고민도 커졌다. 엔지켐생명과학은 지난해 11월 인도 글로벌 제약사 ‘자이더스 카딜라’와 코로나 19 pDNA백신 ‘자이코브-디’의 기술도입을 위한 제조라이선스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9월에는 백신 제조 및 판매를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까지 감행했다. 당시 엔지켐생명과학은 주당 5만9700원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실시해 총 3164억원을 조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하반기 주가가 급락하면서 주당 3만1800원에 1685억원을 조달 조달했다.
자금조달 규모가 낮아지긴 했지만, 유증 당시 KB증권과 실권주 인수계약을 체결하면서 자금조달은 무난히 마무리됐다. 조달한 자금을 모두 자이코브-디 제조에 활용된다. 기술이전료와 로열티 지급으로 277억원을 사용하고, 백신 생산시설 신축에 552억원, 백신 개별 국가등록과 제조, 마케팅 등에 856억원을 투입한다.
빠르게 백신을 제조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세계적으로 백신 접종률이 높아지고 화이자, 모더나 등 기존 백신 수급이 원활해지면서 엔지켐생명과학의 사업 방향에 대한 리스크도 커지고 있다.
특히 자이코브-디의 경우 인도 외 타지역에 등록 허가가 완료되지 않아 국가별 등록 허가가 필요한 상황이다. 타지역에 등록 허가 프로세스 진행 여부에 따라 제조 이후 판매가 어려울 수 있다. 자이코브-디의 경우 백신 효능 면에서도 화이자, 모더나 등 기존 백신에 비해 떨어져 향후 경쟁력에 대한 우려도 남아있다. 자이코브-디의 효능은 66.6%로 화이자, 모더나 코로나19 백신 효능보다 약 27~28%포인트 낮다. 델타 등 변이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그 차이가 매우 크다.
업계에선 국내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제조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미 화이자와 모더나 등 mRNA 백신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고 수급역시 원활해지고 있다”며 “기존 백신들과의 경쟁에서 이기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백신 제조에 대한 리스크 요인들이 부각되면서 엔지켐생명과학의 유증도 흥행에 참패했다. 모집 주식 530만주 중 구주주 청약률이 27.01%에 그쳤다. 실권주 일반공모에서도 저조한 청약률을 보이면서 최종 청약률은 28.11%를 기록했다.
한편 유증에서 저조한 성적을 거두면서 엔지켐생명과학의 최대주주는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에서 KB증권으로 변경됐다. 유증에서 발생한 실권주 380만9958주를 KB증권이 모두 인수한 결과다. KB증권의 엔지켐생명과학 지분율은 27.97%다. 브리짓라이프사이언스의 지분율은 손기영 회장 등 특별관계자 포함해 19.76%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