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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한류, 한일관계 견인할 아름다운 거름 되기를
입력 : 2022-03-17 오전 6:00:00
한국문화가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는 소식은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한류는 2022년  일본사회를 관통하는 키워드의 하나로 숨 쉬고 있다. 보는 시각에 따라서 ‘제3의 한류’라고 부르기도 하고, ‘제4의 한류’라고 부르기도 한다. 최근 몇 년간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관계를 감안하면, 일본인 사이에 흐르는 한류는 혐한(嫌韓)도 코로나도 이겨낸 즐거운 반란임이 분명하다.
 
일본에서의 한류 현상은 크게 두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하나는 한국 드라마와 K-POP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SNS(소셜미디어)와 유튜브 같은 인터넷이 주축이 된 이른바 플랫폼이 그 중심 무대라는 사실. 물론, 이 두 가지의 교집합은 ‘Z세대’라고 불리는 일본의 젊은 세대다.   
 
먼저, 한국 드라마와 K-POP을 살펴보자. 이와 관련하여, 최근 일본인이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하는 일반적인 우리말 인사말보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에 나는 주목한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에는 한국인이 즐겨했던 단순한 게임의 의미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한(恨)이나 슬픔 같은 것이 배어 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의 하나로 우리의 국화인 무궁화 꽃을 없애려는 시도가 우리의 기억으로 소환되는 것이다. 물론, 이는 최근 세계적인 인기를 모았던 드라마 ’오징어 게임’의 영향을 반영하는 것이다. 넷플릭스를 통해 한국 드라마가 일본에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는 방증이다. 
 
더하여 한국에서 방영되었던 ‘사랑의 불시착’(2019.12.14. ~ 2020.02.16.), ‘이태원 클라쓰’( 2020.01.31. ~ 2020.03.21.) 등도 그 열기가 뜨겁다. 두 작품 모두 일본에서는 여전히 ‘드라마 탑 텐’ 안에 들어갈 정도로 인기몰이 중이다. 덩달아 ‘이태원 클라스’에 등장한 소주 ‘참이슬’과 ‘치맥’도 빠른 속도로 일본인의 일상 속에 정착하고 있다. 이는 우리의 먹거리가 한류의 범위를 확장하고 있다는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한편, 일본에서의 K-POP을 들여다보면, 단연 BTS(방탄소년단)가 화두의 중심에 있다. 일본의 검색 사이트인 ‘야후 재팬’을 검색하면, 2022년 3월 14일 현재, 3100여 건이 읽힌다. 모두 BTS 소식을 알리는 기사다. “BTS, 전 세계 246만 5천명이 관람 「PERMISSION TO DANCE ON STAGE – SEOUL」 성공리에 종료”라는 제목의 보도가 가장 먼저 눈에 띈다. 뿐만 아니라, “BTS, 일본 골드디스크 대상으로 10관왕을 차지하며 해외 아티스트 최다 기록을 경신하다”는 기사도 가슴 뭉클하다.  
 
 더불어, 2022년 1월 오리콘이 발표한 「주간 앨범 랭킹」은,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2021년 6월 중순에 일본에서 발매한 앨범 「BTS, 더·베스트(THE BEST)」의 누적 판매 장수가 100만 장을 넘었다. 일본 앨범 시장에서, 앨범 판매 매수가 100만 장을 넘은 해외 가수가 나온 것은 17년 만의 일”이라는 통계를 내놓고 있다. K-POP의 위력은 폭발적이다. 날마다 새로운 기록 쓰기가 진행 중인 셈. 어찌 보면, 2018년 있었던 이른바 ‘반일 티셔츠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모양새다. 
 
고무적인 것은 일본의 젊은 세대는 정치적 현안에는 그리 관심이 없어 보이고, 문화 자체를 향유하는 특성을 나타낸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향후 이들이 지향하는 한일관계는 좀 더 친숙한 방향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지금 일본에서의 한국 드라마와 K-POP의 열기는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이후 양국에서 빚어지는 최악의 정치적 경색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다. 물론, 이들 한류가 과연 한일 관계에 어떤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알 수 없다. 한국도 5월 10일, 대선을 통해 선출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새 정부가 출범한다.    
 
새 정부가 어떤 비전을 갖고 한일관계를 풀어나갈지는 알 수 없어도, 그가 밝힌 한미일 관계 중시로 생각하면, 양국은 지금보다는 더 발전적으로 더 미래지향적으로 나아갈 것이다. 이 글을 쓰는 내내, “우리나라가 부강한 나라가 되기보다는 문화가 있는 아름다운 나라가 되기를 원한다.”는 백범 김구 선생의 말씀이 가시지를 않았다. 문화가 한일관계를 견인하는 아름다운 거름이 되는 날, 그 날이 곧 오리라 믿는다.    
 
오석륜 시인/인덕대학교 비즈니스 일본어과 교수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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