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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부도의 날' 임박…30년 전으로 뒷걸음 칠수도
러, 루블화로 달러 빚 갚겠다지만…신평사들 "디폴트로 간주"
입력 : 2022-03-16 오후 3:14:04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서방의 고강도 경제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가 국가 부도 위기에 직면했다. 당장 1억 달러가 넘는 국채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데, 지급에 실패하면 사실상 디폴트 상태에 빠진다.
 
15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2건의 달러화 표시 국채에 대해 1억1700만달러(약 1457억원)의 이자를 16일까지 갚아야 한다. 러시아는 서방 제재에 대응해 비우호국 채권자에 대해 이자를 루블화로 지급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그러나 서방의 채권자는 루블화 변제를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디폴트는 피할 수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앞서 국제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달러가 아닌 다른 통화로 채무를 상환하는 것은 디폴트로 간주할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도 "이자를 달러화로 지급하지 못할 경우는 디폴트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볼셰비키 혁명 기간이던 1917년과 금융위기 당시인 1998년 디폴트를 겪었으며, 이번에 국채 이자 지급에 실패하면 1998년 금융위기 때 이후 24년 만에 디폴트 상태에 빠진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러시아의 외환보유고 절반 가까이가 해외에 묶여 있다. 
 
이자 지급에는 30일의 유예기간이 있어 공식 디폴트는 4월 중순에 선언될 예정이다. 현재 러시아 기업과 정부는 약 1500억 달러의 대외 채무를 지고 있으며, 16일 뒤에도 3월에만 지급해야 하는 채권 이자가 3번 더 있다. 
 
러시아 디폴트 시 세계 경제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실제 1998년 러시아 모라토리엄 선언 당시 미국 거대 헤지펀드인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가 파산했으며, 미국 중앙은행이 위기 확산을 막기 위해 구제금융에 나서는 등 금융시장 전체의 불안을 초래했다.
 
또 신용 경색에 대한 우려로 금융회사들이 신흥시장에서 자금을 빼갈 수도 있어 기초체력이 좋지 않은 신흥국 경제는 타격을 받을 수 있다. 
 
다만 러시아의 채무 규모가 크지 않은 편이고 러시아 경제와 글로벌 시장과 연계성이 높지 않아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러시아 정부의 채무액도 400억 달러에 불과하고 외국 은행들의 러시아 위험 노출액(익스포저) 역시 1200억 달러 수준으로 시스템상으로 관련성은 높지 않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국제통화기금(IMF) 총재 역시 최근 방송에서 러시아의 디폴트가 세계 금융위기를 촉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달러화 대비 루블화 가치는 지난달 40% 하락했으며, 글로벌 기업들이 줄줄이 러시아를 떠나고 있다. 러시아 경제가 30년 이상 퇴보할 것이란 전망까지 나온다. 막시밀리안 헤스 미국 싱크탱크 외교정책연구소(FPRI)의 중앙아시아 연구원은 CNBC에 "러시아인들은 향후 5년 동안 1990년대 수준이나 그보다 더 열악한 생활을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8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위변조대응센터에 놓여 있는 루블화.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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