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감은 내가 사는 시·도의 교육 관련 업무를 4년간 총괄하는 중요한 자리다. 흔히 교육청의 대표로 알려져 있지만 그 자체를 지방교육자치기관으로 보는 게 더 정확하다. 전체적인 교육 정책의 틀은 중앙 정부가 짜지만 이를 실제로 집행하고 지역 상황에 맞게 조정하는 것까지 모두 교육감의 몫이다.
교육감은 이처럼 지역 교육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임에도 어쩐지 유권자의 관심 밖에 있다. 학령인구가 감소한 탓인지, 부동산 같은 다른 사회문제 해결이 더 시급해서인지 이유는 명확히 알기 어렵다. 어쨌든 교육감 선거는 현재 '깜깜이 선거', '그들만의 리그'라고 불리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다른 선거에 비해 후보들의 인지도도 낮아지면서 출마한 이들은 일단 자신을 알리기에 급급하다. 이 때문에 정책보다는 자극적인 구호 외치기에 힘쓰는 형국이다.
이를테면 단일화를 추진 중인 서울시 보수 진영 후보들의 단골 구호는 '전교조 타파'다. 보수 진영에선 물론 중요한 사안이지만, 다른 실질적인 정책보다 이 구호가 항상 앞서는 것은 아쉽다. 이밖에 교육감은 정치적 중립이 원칙임에도 '정치적 색깔이 불분명하다'거나, '사실은 동성애자다'라는 식의 네거티브 공방도 벌써 시동을 걸고 있다.
반면 후보별 세세한 공약은 살펴보기가 쉽지 않다. 이미 출마 선언을 한 교육감들을 보면 큰 구호는 있지만 이를 어떻게 추진해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안은 제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과거 교육감 선거를 봐도 투표일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음에도 정작 가장 중요한 정책 발표를 미루는 후보들이 적지 않았다.
몇 년 전만 해도 있었던 '무상급식'이나 '혁신 학교' 같은 굵직한 이슈들도 이제는 찾아보기 어렵다. 보수와 진보를 떠나 공교육이 가야 할 방향에 대한 어느 정도 의견이 모였기 때문으로 보인다. 논쟁이 치열했던 무상급식은 이제 당연한 것으로 자리 잡았고, 사교육비는 줄이고 돌봄도 확대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후보는 아마 없을 것이다.
궁극적으로 가야 할 방향은 모두가 알고 있기에 이전 교육감이 추진했던 사업을 약간 수정하거나 더하는 선에서 공약을 제시하는 후보가 많다. 완전히 새로운 것처럼 소개하지만 사실 원래 있는 정책인 경우도 많다. 이 때문에 상세한 공약을 설명하기보다, 일단 눈에 띄기 위한 구호를 외치는 데 더욱 혈안이 돼가는 듯 보인다. 혁신적인 정책은 없어지고 색깔 공격만 하고 있으니 교육감 선거가 깜깜이 선거로 전락한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깜깜이 선거로 그냥 두기엔 교육감이 가진 권한은 생각보다 막강하다. 지역의 교육 정책과 사업을 결정할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출마한 후보들의 책임감 또한 막중하다. 당선 시 가질 권력을 생각한다면 정책을 더욱 치열하게 고민해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만한 공약을 제시해야 한다. 지난 대통령 선거 때처럼 네거티브 공방에 치중한다거나, 알맹이 없는 거창한 공약만 내세워 유권자를 속여선 안 된다.
무엇보다 이번 교육감 선거는 선거 연령이 만 18세로 낮아지면서 고등학생이 참여할 수 있는 첫 선거가 됐다. 학생들에게 부끄럽지 않도록 이번 선거는 불필요한 공방보단 그 어느 때보다 치열한 정책 대결의 장이 되길 바란다.
김지영 사회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