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한 달이 돼 가는 가운데 러시아군이 여러 전장에서 고전 중이다. 전쟁이 갈수록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우크라이나를 신속 점령하려던 러시아 계획이 틀어졌고, 러시아의 전투력 손실도 커지고 있다는 징후가 포착됐다.
22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이날 성명을 통해 자국군이 러시아군을 수도 키이우 서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카리우에서 격퇴, 이 지역을 탈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우크라이나군은 핵심 고속도로 한 곳의 통제권을 되찾고, 러시아군이 서북부 지역에서 키이우를 포위하는 것을 막게 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은 러시아군이 장악한 남부도시 헤르손에서도 진행됐다. 헤르손 공항에서 러시아군이 헬기를 철수시킨 것이 위성사진으로 확인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헤르손은 러시아군이 철도 등을 이용해 장갑차와 대포 등을 이동하는 전략적 교두보였는데, 이곳에서 러시아 헬기가 철수한 것은 헤르손을 점령하는데 고전하고 있다는 분명한 신호"라고 보도했다.
미국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침공에 동원된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개전 초기를 기준으로 처음으로 90% 이하로 떨어졌다고 평가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맞서 결사항전을 벌이면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모양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우크라이나에서 작전 중인 러시아군의 연료·실량 등 군수물자는 사흘치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영국 가디언은 서방 정보당국이 우크라이나의 이런 주장이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의 전투력이 줄어드는 등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되면서 러시아의 핵무기 사용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러시아 크렘린궁의 드미트리 페스코프 대변인은 이날 CNN과의 인터뷰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어떤 조건에서 핵무기를 쓸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고 "만약 국가의 존립이 위기에 처한다면핵무기가 사용될 수 있다"고 답했다.
푸틴 대통령도 러시아를 위협하는 나라에 핵무기를 사용할 수 있다고 직접 시사한 바 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 침공과 관련해 텔레비전으로 방영한 대국민 연설에서 그는 "누가 우리의 길을 막으려 하거나 우리나라와 우리 국민에게 위협을 가한다면 즉각 대응할 것이고, 그들은 역사상 전혀 볼 수 없었던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군의 공격과 우크라이나의 방어가 팽팽히 맞서는 가운데 종전 협상이 단기간 내 합의에 이르기 어렵다는 전망도 나온다.
프랑스 엘리제궁은 이날 성명서를 내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로 회담을 가졌지만, 양국 합의가 당분간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협상 대표단은 지난달 28일 벨라루스에서 1차 협상 테이블에 앉은 데 이어 이달 3일에 2차, 7일에 3차 협상을 벌였다. 이후 양측은 현재 화상 회담 방식으로 4차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 2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공습을 받은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키예프)의 한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