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 최대 자동차업체 폭스바겐그룹의 전기차 생산 차질이 길어지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 공급망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어 가동 중단이 얼마나 지속될 지도 예측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25일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모빌보헤(automobilwoche)'에 따르면 폭스바겐그룹 최대 전기차 생산 기지인 독일 츠비카우 공장은 지난달 말 처음 중단된 후 다음달 초까지 생산을 재개하지 않을 방침이다.
츠비카우 공장은 우크라이나 공급 업체들에게 자동차 부품을 의존하고 있다. 자동차 핵심 부품 와이어링 하네스(전선뭉치) 확보에 어려움이 생기자 가동 중단에 들어갔다.
츠비카우 공장은 올해 폭스바겐 전기차 ID.3, ID.4, ID.5와 아우디 Q4 이트론, Q4 스포트백 이트론 등 연간 33만대의 전용 전기차를 생산할 계획이었다. ID.3를 생산하는 드레스덴 공장도 다음달 초까지 폐쇄될 예정이다.
결국 현재 독일에서는 폭스바겐 전기차 전용 플랫폼 'MEB' 기반 전기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 다만 독일 엠덴과 하노버 공장에서 각각 ID.4, ID.버즈가 생산 개시를 준비하고 있다.
폭스바겐 순수 전기 SUV 'ID.4'. 사진/폭스바겐코리아
폭스바겐그룹은 우크라이나를 대체할 공급처를 찾는 등 부품을 확보하는 과정에 있지만 공장이 정상 가동으로 돌아오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폭스바겐그룹의 수주잔고도 상당하다. 특히 츠비카우 공장 수입 물량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 판매가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조사업체 EV볼륨스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전기차 판매 순위는 테슬라가 약 94만대로 1위를 차지했다. 시장 점유율은 14%에 달했다. 이어 폭스바겐(11%), BYD(9%), GM(8%), 스텔란티스(6%),
현대차(005380)(5%) 순이었다.
업계에선 우크라이나 사태에 영향이 적은 현대차에겐 점유율 확대 기회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현대차는 국내와 체코를 중심으로 전기차를 생산한다. 러시아 공장은 전기차를 생산하지 않고 있다.
특히 아이오닉 5는 지난해 8월부터 매달 2000대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하며 지난달까지 누적 2만4389대가 팔렸다. 지난 1월에는 유럽 12개국에서 2595대가 판매돼 ID.4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아이오닉 5가 유럽에서 전기차 월 판매량 1위에 오른 건 지난해 5월 출시 이후 처음이다.
이호근 대덕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경쟁사 대비 실내 공간 창출 능력이 탁월하고 전용 플랫폼 출시 이후 충전거리도 테슬라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이런 점들로 가성비 좋은 차로 인정받으면서 유럽에서 전기차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차는 올해 하반기 유럽에 2023년형 아이오닉 5를 선보인다. 2023년형 모델은 배터리 용량이 기존 72.6kwh에서 77.4kwh로 커져 주행거리도 현재 481㎞(유럽기준)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또 세단형 전기차 아이오닉 6도 출시한다. 올해부터 글로벌 판매가 본격화된 제네시스 GV60, GV70 전동화 모델과 함께 점유율 확대를 이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전기차 연간 14만대를 판매한 현대차는 5년 내 6배, 10년 내에 13배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현재 글로벌 9개 생산 거점 중 국내 및 체코가 중심인 전기차 생산기지를 확대할 계획이다. 최근 가동을 시작한 인도네시아 공장이 연내 전기차를 현지 생산한다. 기존 생산 공장 외에 전기차 전용 공장도 짓는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