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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재개발 '말 잔치' 그만…제대로 살수만 있게 해줬으면"
(르포)마지막 달동네 '홍제 개미마을'
입력 : 2022-03-24 오후 5:29:10
 
[뉴스토마토 고은하·유근윤 인턴기자] 서울의 마지막 달동네로 불리는 '홍제 개미마을'. 6·25전쟁 당시 피란민들이 천막치고 살던 곳으로 한동안 인디언촌으로 불리다 1983년 개미마을로 이름을 바꿨다. 개미마을 입구에는 '개미마을' 안내도가 자리했다. 안내도에는 오밀조밀하게 인접한 주민들의 집이 그림으로 표시돼 있었다.
 
개미마을은 50년 넘는 긴 세월의 풍파를 겪은 터라 마을 곳곳엔 허물어져 가는 낡은 집과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주변 집들 사이로는 가파른 오르막길이 자리했다. 또, 좁디좁은 계단들이 있었다. 마을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고요했다.
 
서울 홍제동 개미마을 전경 (사진=뉴스토마토)
 
고요한 분위기를 뒤로 한 채 마을 중반부의 한 집에선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왔다.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그러나 집 주인의 마음은 꼭 그렇지만은 않았다. 음악이 흘러나오는 집에서 만난 이영록(76)씨는 "여기는 집을 넓히지 못해... 저쪽 집은 짓는 데 1억 이상이 들었어.. 이게 한 50년 넘었어"라고 하소연했다.
 
그는 자신은 '개미마을'이 재개발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의중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20년 전에도 개미마을과 관련해서 재개발 얘기가 있었다"며 "개미마을의 지형상 암석으로 이뤄져있기 때문에 개발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왕산 정상에 오르면 '서울 시내 전경'이 다보이고, 한번도 도둑도 들지 않을 만큼 이웃간에 신뢰가 두텁다면서 '재개발' 관련해선 부정적이었다.
 
주민들은 사는데 꼭 필요한 화장실 등 시설 수리가 시급하다고 말하기도 했다. 마을 중앙부에 지팡이를 짚고 쉬던 유희자(73)씨는 "난 재개발 안됐으면 좋겠다"며 "자신의 집 뒤편으로 이동식 화장실이 있는데, 축이 무너져서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이어 "장마가 오면, 축이 무너지지는 않을지 염려스럽다"며 "2년 동안 구청에 문의했는데, 아무런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실제 유씨의 집 뒤편으론 이동식 화장실 2칸이 자리하고 있었다. 오른쪽 화장실 1칸은 회색 벽돌로 막아 있어서, 개방할 수 없었다. 왼쪽 화장실 1칸은 고무줄로 개폐 여부를 조절할 수 있었다. 화장실 뒷편으로는 축이 무너지고 있었다. 축 주변으로는 중간 정도 절단된 통나무, 신발, 벽돌, 나뭇가지 등이 널부러져 있었다. 
 
마을 입구에서 슈퍼를 운영하는 이정수(81)씨는 "예전에 '떳다방'이라고 하는 업체들이 '재개발' 관련해서 마을에 들어와 사기를 쳤다"며 재개발 관련해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개미마을은 4층정도까지 밖에 건물을 지을 수 없기 때문에, 업자들이 남는게 없어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며 "재개발이 추진되면 원래 살던 주민들은 쫒겨난다"고 말했다. 이어 "시설 수리와 가스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하소연했다.
 
고은하·유근윤 인턴 기자 eunha@etomato.com
고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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