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미국 등 서방진영의 경제제재가 거세지는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국내 입지도 흔들리고 있다. 러시아 고위 관료들이 푸틴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있고, 쿠데타가 일어날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정치적·경제적 고립으로 망명을 떠나는 청년들도 늘어나고 있다.
24일(현지시간) 주요 외신 등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을 주도한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은 지난 11일 이후 2주째 공개석상에서 종적을 감춰 실각 가능성이 제기됐다. 푸틴 대통령의 개인 경호원 출신으로 우크라이나에 있는 러시아 병력을 이끄는 빅토르 졸로토프 국가근위대 대장 역시 자취를 감췄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곁을 떠나려는 고위층에 대해 ‘배신자’라고 낙인찍으며 탄압을 예고하고 있으나 고위층의 이탈은 가속화하는 모양새다. 최근 옛 소련 붕괴 후 러시아의 시장경제화 개혁을 이끈 설계사로 알려진 아나톨리 추바이스 대통령 특별대표가 사임한 뒤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옐비라 나비울리나 러시아 중앙은행 총재는 최근 사임 의사를 밝혔으나 푸틴 대통령이 반려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고급 공무원의 탈러시아 소식과 전쟁 장기화 조짐에 내부 불안감이 커지면서 쿠데타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더타임스 등에 따르면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한 내부고발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실패하고 전쟁이 격화하면서 FSB 소속 정보요원들 사이에서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밝혔다. 이 내용은 FSB 소속 내부고발자가 망명 중인 인권운동가 블라디미르 오세킨에게 쓴 편지를 통해 공개됐다.
우크라이나의 거센 역공에 전세 변화도 감지되고 있다. 우크라이나는 이날 러시아군이 수도 키이우(키예프) 외곽 일부 지역에서 후퇴했다고 밝혔다. CNN에 따르면 키이우 외곽 곳곳에서 벌어진 전투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동쪽에서 영토를 탈환해 진전을 보였다.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병참 문제, 연료·식량 부족 등으로 고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으로 유럽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유럽 국가 정상들은 단합을 과시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날 열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주요 7개국(G7),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이들은 우크라이나에 추가 지원을 약속하고 푸틴 대통령을 향해 생물학, 화학, 핵무기 사용 위협을 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를 주요 20개국(G20)에서 퇴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나토 본부 기자회견에서 '러시아가 G20에서 퇴출당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내 대답은 그렇다. 이는 G20에 달려 있다"라고 답했다. 나토 정상회의에서도 그는 "올해 G20 의장국인 인도네시아를 비롯해 다른 나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우크라이나가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참관하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24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키예프) 외곽을 겨냥한 러시아군의 포격으로 부서진 창고 건물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