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한 달이 된 가운데 전 세계도 에너지와 식량 전쟁을 치르고 있다.
세계 에너지 및 식량 시장에서 상당한 역할을 차지하는 이들 국가의 전쟁은 원유·천연가스·곡물 등 원자재 공급 차질과 가격 급등으로 이어졌고, 인플레이션 상승과 글로벌 긴축 정책 등 악재까지 겹치면서 세계 경제에 경고등이 켜졌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코로나19가 발생한 2020년 1월 이후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난 올해 2월까지 식용유 가격은 46% 상승했고 곡물은 30%, 유제품과 설탕은 각각 26%, 21%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FAO가 집계하는 세계 식량가격지수는 이미 지난 2월 140.7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전쟁의 영향이 본격 반영되는 3월 이후 수치는 더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식량과 원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빈곤 국가들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밀 선물 가격은 이달 초 부셸(약 27.2㎏)당 12.94달러로 사상 최고를 기록했으며, 현재는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연초 대비 45%가량 오른 11달러 안팎에서 거래 중이다.
비료 역시 공급 차질로 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서방의 러시아 제재 여파로 비료 가격이 급등하면서 미국 등 세계 주요 농업국의 농민들이 비료 사용을 줄이고 경작 면적을 축소하고 있다고 로이터 통신은 23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기준 세계 1위 질소 비료 수출국이자 세계 2위 칼륨비료 공급국이다.
글로벌 경제에 전방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또 다른 원자재는 유가다. 전쟁이 예상보다 길어지면서 국제 유가는 연초 대비 40% 이상 폭등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 배럴당 90달러대였으나, 전쟁 발발 직후인 지난달 말 배럴당 100달러를 돌파하고, 이달 초에는 130달러선대까지 치솟은 바 있다.
푸틴 대통령이 이날 대러 제재에 따른 자산 동결로 러시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으면서 비우호국에게는 루블화로만 가스를 판매할 것이라고 선언하고, 흑해 파이프라인이 훼손됐다는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에너지공급 축소 우려는 더 커졌다.
러시아는 국제 분쟁이 벌어질 때마다 천연가스나 원유 공급으로 국제 사회를 대상으로 보복 행위를 반복했다. 러시아산 석유 수입을 금지한 미국에 이어 유럽연합(EU) 회원국들까지 여기에 동참할 경우 국제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우크라이나에서 발발한 전쟁으로 세계 식량 공급망이 마비되면서 여러 대륙에서 파급될 부작용에 대해 경계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우크라이나 사태가 1973년 소련의 흉작 이후 세계 곡물 시장에서 가장 큰 혼란을 발생시키고, 석유 시장에서는 1990년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 이래 가장 큰 혼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편 수도 키이우 등 주요 교전 지역에서 우크라이나군이 반격에 성공하면서 전쟁 장기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우크라이나군에 밀려 키이우 외곽으로 후퇴하고 있는 러시아군은 포격으로 키이우 도심에 대한 공격을 이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으로 전황이 불리하게 된 러시아군은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 폭격과 포격을 계속하고 있다. 유엔 인권사무소에 따르면 지난달 24일 러시아의 침공 이후 현재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사망 977명, 부상 1594명 등 총 2571명의 민간인 사상자가 나왔다. 지난 22일까지 집계된 난민 수는 362만6500여명에 달한다.
지난 2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한 주유소.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