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휴전 합의안이 진전을 보이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비무장화, 탈나치화 등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핵심 조건에 대해 러시아가 양보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의 예상 밖 저항으로 고전하고 있는 러시아가 시간을 벌기 위해 연막 작전을 구사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는 29일(현지시간) 오전 10시쯤 터키에서 대면으로 5차 협상을 진행할 예정이다. 양국은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포기하는 대신 유럽연합(EU)에 가입하는 방향으로 러시아와 휴전 협상을 진행하고 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양국의 휴전 문서 초안에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의 주요 명분이었던 '비무장화'와 '탈나치화', 러시아가 협상 과정에서 요구해왔던 우크라이나 내 러시아어 사용을 위한 법적인 보장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추가 협상의 여지가 있는 데다 가시적인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지금까지 협상에서 큰 진전은 없으며 현재로선 푸틴 대통령과 젤렌스키 대통령의 회담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고 스푸트니크통신이 보도했다.
FT는 러시아 측이 암시한 양보가 기대 이상으로, 강력한 우크라이나 군의 저항과 함께 러시아군의 작전 부재를 방증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평화협상으로 교착 국면을 풀고 향후 재정비해 재반격을 하기 위한 연막작전으로 보고 있다.
양국이 종전을 위한 협상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우크라이나 내 요충지를 두고 공방전은 계속되고 있다. 바딤 보이첸코 마리우폴 시장은 28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러시아의 공세가 집중됐던 우크라이나 남부 요충지인 마리우폴이 사실상 러시아군에 넘어갔다고 밝혔다.
보이첸코 시장은 "모든 것이 우리 권한 하에 있지 않고, 불행히도 오늘 도시 대부분이 점령군의 수중에 있다"면서 "식수, 전기, 난방이 모두 끊겨 생활이 불가능한 도시에 현재 16만명의 주민이 머물고 있다. 정말 두렵다"고 말했다. 마리우폴시에 따르면 이곳에서는 어린이 210명을 포함해 약 5000명의 민간인이 사망했다.
그는 "마리우폴에 남은 민간인들은 즉시, 완전히 철수해야 한다"면서 "현재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임무는 생명을 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는 성명을 통해 "우리 군인들이 마리우폴 시내에서 원형으로 방어막을 구축하고 있다"며 "끝까지 마리우폴을 지킬 것"이라고 밝히면서 끝까지 마리우폴에 대한 수호 의지를 드러냈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아직 마리우폴 함락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
반면 수도 키이우 인근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밀어내며 러시아가 점령한 도시 이르핀을 탈환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렉산드르 마르쿠신 이르핀 시장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오늘 좋은 소식이 있다. 이르핀이 완전히 해방됐다"고 했다.
28일(현지시간) 친 러시아 반군 장갑차가 행렬을 지어 우크라이나 남부의 전략적 요충지인 마리우폴로 이어지는 도로 위를 달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