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독일 정부는 30일(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올라프 숄츠 총리에게 유럽이 러시아 가스대금을 유로화로 계속 결제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슈테펜 헤베슈트라이트 독일 정부 대변인은 이날 "푸틴 대통령이 숄츠 총리에게 유럽의 다음 달 결제는 유로화로 계속 이뤄질 것이고, 그동안 해왔던 대로 제재의 영향을 받지 않는 가스프롬 은행으로 송금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밝혔다.
푸틴 대통령의 요청으로 이뤄진 통화에서 그는 "다음 달 1일 이후 가스대금을 루블화로 결제해야 한다는 법령을 공포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유럽 계약상대방에게는 아무것도 바뀌는 게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고 헤베슈튜라이트 대변인은 전했다.
독일 정부 대변인에 따르면 숄츠 총리는 이 같은 절차에 동의하지 않았고, 절차를 더 정확히 이해할 수 있도록 문서로 된 정보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어 에너지 공급대금은 계약서에 적혀있는 대로 오로지 유로화나 달러화로 결제한다는 주요7개국(G7)의 합의는 유효하다고도 말했다.
이를 두고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의 긴장 완화 시도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푸틴 대통령은 일주일 전인 지난 23일 러시아산 천연가스 구매대금을 루블화로만 받겠다고 선언하며 유로와 달러 등 외화 결제 시 가스공급을 중단하겠다고 선포했다. 러시아 측은 31일까지 천연가스 대금 루블화 결제 관련 시스템을 준비하겠다고 했는데, 시행일을 하루 앞두고 입장을 뒤집은 것이다.
다만 러시아 대통령궁인 크렘린에서는 이같은 ‘유로화 결제’와 관련한 입장은 없었다. 앞서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숄츠 총리와 전화 통화를 하고 "서방의 경제제재 때문에 가스대금 결제 방식을 변경했다"며 러시아 가스 대금을 루블화로 결제받기로 한 결제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고 밝혔다.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화 자산을 동결한 데 따른 조치라는 것이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총리와도 전화 통화를 하고 가스대금 루블화 결제 방안을 소개했다. 크렘린궁은 푸틴 대통령이 드라기 총리의 요청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5차 협상과 이탈리아를 포함한 여러 국가로 수출하는 천연가스 결제 대금을 루블화로 전환하기로 한 결정에 관해서 설명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드라기 총리의 입장은 알려지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침공 전쟁을 이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3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잉구셰티아 자치공화국 수장인 마흐무드 알리 칼리마토프를 만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