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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적 중립' 인도, 존재감 급부상…미·러·중 구애 치열
인도, '다원 외교' 추구…러 규탄 결의안도 기권
입력 : 2022-04-01 오후 4:26:02
[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미국과 러시아의 대립으로 신냉전 기류가 심화하는 가운데 '중립 지대'를 고수하고 있는 인도가 강대국들의 구애 대상으로 부상했다. 미국·중국·러시아 3국은 국제사회 정세를 유리하게 끌고 가기 위해 인도의 환심을 사려는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3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달리프 싱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부보좌관은 이날 인도 뉴델리에서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태평양 지역 활성화 방안을 논의했다. 그는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친구는 레드라인은 설정하지 않는다"며 러시아산 원유 수입을 하고 있는 인도에 대해 금지 조치는 내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인도의 수입선 다변화를 도울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같이 우호적인 태도를 보이는 데는 러시아 제재에 가세하지 않고 있는 인도를 아군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인도는 미국이 이끄는 안보협의체인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 회원국이지만 유엔총회에서 러시아 규탄 결의안에 기권했고, 서방의 압박에도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대 중국 견제 기구인 협의체인 쿼드(Quad, 미국·일본·호주·인도 협의체)를 깨기 위해 중국도 인도 달래기에 나섰다. 앞서 왕이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5일 직접 뉴델리를 방문해 "중국과 인도는 28억 인구를 가진 최대 개발도상국이자 브릭스(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 국가"라면서 "중국과 인도가 하나의 목소리로 말을 하면 전 세계가 경청할 것"이라며 협력을 강조했다.
 
중국 측 최고위급 인사가 인도를 방문한 건 지난 2020년 6월 국경 분쟁 중인 갈완 계곡에서 양국 군이 유혈 충돌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이후 처음이다. 중국과 인도는 수십 년간 명확한 국경선을 확정하지 못했으며, '실질통제선(LAC)'을 설정하고 잦은 충돌을 빚어왔다. 
 
러시아는 쿼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러시아 제재에서 빠진 인도를 끌어안기 위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이 1일 인도를 방문해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회담을 한다. 대러 제재 우회를 위한 무역대금 결제방식 변경과 자국 에너지, 원자재 수출 확대 등이 논의될 수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인도에 자국산 원유를 우크라이나 침공 전 가격에서 배럴당 최대 35달러 싼 가격에 판매하겠다고 제안한 바 있다.
 
전통적으로 다원 외교를 추구하는 인도가 어떤 선택을 할지는 미지수다. 국익을 좇아 중립적인 태도를 취하는 것은 우크라이나 사태에선 용인될 수 있어도 이후에는 현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인도가 중국과 휴전하고 러시아의 손을 들어줄 경우 신 냉전 구도가 굳어질 수 있다.
 
라자 모한 아시아사회정책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포린폴리스(FP)'에 기고한 글에서 "자원이 부족한 인도가 위기를 잘 활용해 값싼 러시아산 원유를 구입하는 등 우크라이나 전쟁은 실제로 인도에게는 선물일 수 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 마리우폴에서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러시아군의 무차별 폭격에 콘크리트 더미로 변한 아파트 앞을 한 주민이 걸어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
 
홍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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