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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대출 금리보다 대출 거절이 무섭다
입력 : 2022-04-21 오전 6:00:00
새 정부 출범을 앞두고 '예대금리(예금과 대출금리 차) 공시'가 뜨거운 감자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은행권의 과도한 예대금리차를 해소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한국은행 총재 후보자까지 "금융소비자 보호를 강화한다는 측면에서 동의한다"며 힘을 실었다.
 
현재도 시중은행들이 정회원사로 등록된 은행연합회에서는 매일 또는 수시로 은행별 예금과 대출 금리를 공시하고 있으나 모든 상품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
 
대출금리 산정의 근거가 되는 예대금리차 정보를 주기적으로 공시해 은행 간 금리 인하 경쟁을 유도하겠다는 논린다. 생활비에서 대출 이자로 나가는 돈을 조금이라도 아끼려는 소비자들의 고충을 배려한 듯하다.
 
그런데 이즈음 정책 입안자들에게 묻고 싶다. 대출 수요자들이 대출을 신청할 때부터 심사를 기다리는 동안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인지 말이다. 일선 현장의 직원들은 "고객들은 대출금리가 높은 것보다 한도가 턱없이 낮거나 대출이 불가능할때 가장 절망적이다"고 전한다. 급전이 필요한 상황에서 대출이 거절되면 금리가 아무리 낮아도 소용이 없다.
 
현재 개인의 대출 한도를 통제하고 있는 규제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다. 대출자의 연간 원리금 상환액을 연 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말한다. 현재 총대출액 2억원을 초과할 경우 은행 대출 원리금액이 연 소득의 40%를 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갚을 수 있는 만큼 돈을 빌려야 한다'는 취지로, 금리 인상기에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추면서, 가계부채 건전성도 관리하려는 수단이다.
 
하반기부터 DSR 규제에 전세대출까지 포함시킬 수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면서 세입자들은 불안에 떨고 있다. 7세 아이를 두고 있는 A씨(38세, 남) 부부는 전세집 주인이 계약이 끝나는 오는 9월에 전세값을 얼마나 올릴지 걱정이다. A씨는 10년 경력의 베테랑 여행가이드지만, 코로나19로 인해 소득이 일시적으로 불규칙한 상태다. 전세대출에 소득 기준을 들이댈 경우 2년새 오른 전세가를 맞추지 못할 수도 있다.
 
지금 진행되는 얘기대로라면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금융정책은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세운 현 정부의 '포용금융' 시즌2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물론 금리 인상기가 본격한 만큼 소비자의 상환 부담을 낮추고, 가계부채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다만 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의 인하 유도가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보다는 금융기관이 돈을 탄력적으로 빌려줄 수 있도록 대출심사의 길을 열어줘야 한다. 현행 LTV와 DSR 같은 천편일률적인 규제만 앞세울 경우 은행들도 탄력적인 대출심사를 만들어낼 유인이 적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이 출시한 개인사업자대출이 시중은행의 대출 취급 속도보다 빠르게 늘었다고 한다. 은행 자체적으로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기존 증빙 소득으로 신용도를 평가받기 어려웠던 운수업종사자 등 사각지대를 흡수한 것이다.
 
국내 인터넷은행 출범 5년 만에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지만, 시중은행까지 산되지 못했다는 점이 아쉽다. 인터넷은행을 출범한 이유도 바로 금융사각지대 해소다. 소득과 자산 외에 비금융 정보로 개인의 대출상환 능력을 제대로 측정해 필요한 이에게 제대로 대출을 해줘야 한다.
 
금융의 역할을 논할 때 말 "비 올 때 우산을 씌워준다"는 표현을 쓴다. 긴축의 먹구름이 드리운 이 때, 갑작스러운 폭우에 난처한 이에게 절실한 것은 우산 자체다. 더 싸고 더 좋은 우산을 고르는 것은 그 다음 문제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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