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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코로나 감염 후 냄새가 사라졌다
입력 : 2022-03-30 오전 6:00:00
국내 코로나19 누적 확진자가 1200만명을 넘었다. 우리 국민 5명 중 1명 이상이 코로나에 걸린 셈이다. 매도 먼저 맞는게 낫다고 '백신도 맞았겠다, 차라리 코로나에 걸려서 슈퍼 면역자가 되고 싶다'는 말도 들린다.
 
코로나 확진 후 격리 해제된 사람으로서 '안 걸리는 게 상책'이라는 말을 하고 다닌다. 위중증으로 넘어갔을 때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다는 이유도 있지만 코로나 확진 이후 후유증이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오미크론 변이 확산으로 최근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격리 뒤 후유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SNS 등 온라인 상에도 격리해제 이후 증상이 지속된다는 반응들이 이어지고 있다.
 
가장 많이 호소하는 증상은 피로감과 숨 가쁨, 기억력 저하가 있고 잔기침과 두통, 불면증이 계속 된다는 글도 있다. 여성의 경우 생리 불순을 겪는 일도 많다.
 
기자 역시 코로나 확진 후 격리 해제된지 보름이 지났지만 후각 저하라는 후유증을 겪고 있다. 후각 저하 또는 손실은 익히 알려진 코로나 후유증으로 신기한 경험일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막상 내 일이 되고보니 당황스럽다.
 
후각은 떨어졌지만 미각은 살아있기 때문에 신맛과 짠맛, 단맛, 쓴맛은 느낄 수 있다. 얼마 전 물냉면을 먹었는데, 식초물에 담긴 면발을 먹는 느낌이다. 후유증이 많이 호전됐지만 밤이 되거나 피곤한 날이면 여지 없이 제 기능을 못한다.
 
장애를 상상하는 것과 직접 겪는 것은 다른 영역이다. 후각 손실은 일상 생활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부엌에서 가스가 샜지만 냄새를 맡지 못해, 다른 가족이 알려주어 대피를 했다는 사례도 있다. 음식이 상했는지 아닌지 옆 사람에게 물어보고 먹어야 하는 상황이다.
 
퇴근하고 귀가했을 때 포근한 집냄새를 맡을 수 없고, 아이를 품에 안아도 아이 냄새가 안난다. 코로나 완치 후 6개월이 지나도록 후각 기능이 돌아오지 않는 환자도 있다고 한다. 겪어볼 만한 신기한 경험이 아니라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성인보다 인지 능력이 떨어지는 아이가 걱정이다. 경험이 축적된 어른들은 자가 진단이 가능하지만, 어린아이들은 후각이 떨어졌는지 스스로 깨닫기 힘들다. '이거 무슨 냄새야?'라고 묻는 아이 말에 가슴이 철렁한다.
 
코로나 후유증 대다수가 어떤 연관성에 일어나는지 관계성이 확실하지 않다. 최근 논문에 따르면 코로나에 감염되면 대뇌피질이 축소하면서 후각, 인지기능 등에 손상이 생길 수 있다고 한다. 후각 손실이 호흡기의 문제가 아니라 뇌 영역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 후유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회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의료기관이 하나 둘 나타나기 시작했다. 질병관리청도 50대 미만 코로나19 확진자를 대상으로 후유증에 대한 조사를 이제 막 시작했다. 정부와 의료계가 코로나 확진 후의 후유증을 살펴보기 시작했다는 점은 반길일이다.
 
다만 의료체계가 과부하가 걸린 지금, 후유증 진료 데이터를 이제부터 확보하겠다는 것은 아쉬울 따름이다. 코로나19와의 공존을 받아들이는 시민 의식 변화 속에 정책의 우선 순위에서 밀려나지 않을 지 우려스럽다. 죽을 고비는 넘겼다는 안도감을 버리고 코로나가 남긴 후유증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코로나19가 우리에게 남긴 생채기가 얼마나 깊은지 챙겨봐야 할 때다.
 
이종용 온라인부장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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