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용준 기자] 서울시가 도심에 고층빌딩을 허용하는 대신 녹지를 확보하는 방법으로 ‘녹지생태도심’을 조성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21일 세운상가 세운홀에서 고밀·복합 개발과 녹지공간 확보를 동시에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했다.
현재 서울 도심의 녹지율은 3.7%로 미국 뉴욕 맨해튼(26.8%), 영국 센트럴 런던(14.6%) 같은 세계 대도시에 비해 현저히 낮다. 특히, 도심 한가운데인 종묘~퇴계로에는 노후 건축물이 대다수이며, 목조건축물이 많아 화재·붕괴 위험에 노출된데다 골목이 좁아 차량 접근도 어렵다.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의 핵심은 현재 서울 도심부에 적용되는 건축물 높이(90m 이하)와 용적률(600% 이하) 등의 건축규제를 과감하게 완화한다. 최고높이 제한을 풀고, 건폐율과 용적률을 완화해 도심복합개발이 가능해진다.
그 대가로 얻는 공공기여를 공원과 녹지로 조성해 도심 전체를 녹지 네트워크로 연결한다. 블록별 1개 이상의 공원을 조성하고 녹지 보행로로 연결해 연트럴파크와 같은 도심 선형공원을 조성한다. 이를 통해 3.7%에 불과한 서울 도심 녹지율을 15% 이상으로 4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다.
광화문~시청 일대 같이 이미 재개발이 끝난 지역에는 공개공지 재구조화나 벽면녹화, 입체녹화 등을 통해 녹지공간을 확보할 예정이다. 한옥밀집지역이나 인사동·명동 같이 특성에 맞는 관리가 필요한 지역엔 장소에 따라 녹지보행가로나 거점형 녹지쉼터 등을 조성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한 후 종묘~퇴계로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서울 도심에서 가장 낙후된 종묘~퇴계로 일대 44만㎡에는 블록단위로 묶는 통합형 정비방식으로 재개발한다. 세로축을 담당하는 세운상가군은 민간 개발자가 상가군을 매입 후 기부채납하는 방식으로 확보해, 장기적으로는 허문 후에 상부공간에 공원을 조성하고 지하공간을 개발한다.
종묘~퇴계로 일대 선도사업이 완성되면 ‘연트럴파크’(3만4200㎡)의 4배가 넘는 약 14만㎡의 공원·녹지가 조성된다. 종묘와 남산을 거쳐 한강으로 이어지는 서울의 대표 녹지축이 완성된다.
서울시는 올 하반기까지 공론화와 의견 수렴과정을 거쳐 내년 하반기부터 구역별 정비사업을 추진할 방침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도심은 기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는 새로운 방향과 전략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도심에 녹지공간을 만드는 경제성을 위해서 높이 제한을 판다고 표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21일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발표한 후 종묘~퇴계로 일대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박용준 기자)
박용준 기자 yjunsay@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