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올해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수정·보완 요구가 잇따르는 가운데 시행령 문구 등을 보다 명확하게 규정할 필요성 등 세밀한 재설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서울지방변호사회(서울변회)는 21일 오후 ‘새 정부 법조 공약 평가-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적 검토’ 토론회를 열고 헌법적 쟁점과 실효성을 제고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자로 나선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실질적인 지배·운영·관리’를 규정한 중대재해처벌법의 규정들이 형벌의 책임주의 원칙 또는 평등 원칙 등에 부합하는 것인지에 의문이 있다”며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또는 ‘실질적으로 지배·운영·관리하여야 하는’ 등으로 해석하거나 법문의 수정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해 제기될 수 있는 주요 위헌 주장은 책임주의·평등 원칙·]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 문제”라며 “이 법안은 기업 차원의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그 이행의 보장, 기업 주도적인 안전대책 마련, 안전의식의 조직적 고취, 안전에 우선하는 업무 문화 형성 같은 제도적인 구조적인 차원에서 안전사고 등을 다뤄야 한다는 관념에 바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대재해처벌법은 법관이 죄질의 경중을 고려해 그 책임에 맞는 형량을 결정하는 데 큰 장애가 없도록 하고 있어 비례 원칙 위반 정도는 아니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이 사업주에 대해 부과한 의무는 내용과 성격에서 차이가 있으므로 평등 원칙에 어긋나지 않고, 기존 헌법재판소의 입장에 비춰 볼 때 의무 부분은 대체로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위반될 정도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윤형석 서울변회 법제정책이사는 “여소야대 국회, 중대재해처벌법을 강화하자는 노동계의 입장에 비춰 보았을 때 법 개정보다는 시행령에 등장하는 문구를 명확하게 규정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최근 국토교통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운영 모니터링 등 제도 안착 지원을 위한 연구’를 발주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위헌 소지가 다분하다는 주장과 달리 ‘합헌론’이 더 유력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문성덕 한국노총중앙법률원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돼 기소된 사건조차 없다”며 “법이 실효성 있게 적용돼 일터와 사회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합헌적 해석론을 전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 변호사는 “대법원이 유지하고 있는 인과관계에 대한 개연성 이론을 입법으로 수용하거나, 재판 실무에서나마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부연했다.
윤수정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안전을 비용의 문제나 생산의 지체로 생각하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경영철학, 그리고 기업의 생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다면 기업의 안전 홍보는 장식용일 뿐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없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기존의 산업재해를 바라보던 관점과 해결 방식을 바꾸는 핵심적인 첫걸음이 된다”고 평가했다.
서울지방변호사회는 21일 오후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헌법적 검토’ 토론회를 열고 헌법적 쟁점과 실효성을 제고할 방안 등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강세영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 김재옥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이황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사진=서울지방변호사회)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