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는 제네시스·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기아는 레저용 차량(RV)이 각각 반도체 부족에 따른 판매 감소 효과를 상쇄했다. 특히 전체 판매량 감소에도 전기차 등 친환경차 판매는 늘어 글로벌 경영 환경이 불확실한 상황에서도 향후 전망은 낙관적이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이 1조928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는 2014년 2분기(2조872억원) 이후 7년9개월 만에 최대치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30조2986억원으로 10.6%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16.8% 증가한 1조7774억원을 기록했다.
현대차그룹 양재동 사옥.(사진=현대차그룹)
이에 대해 현대차는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와 기타 부품 공급 차질에 따른 생산 부족 영향 지속으로 1분기 판매가 감소했지만, 영업이익은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믹스 개선과 선진국 중심의 지역 믹스 개선에 우호적인 환율 효과까지 더해져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현대차의 1분기 글로벌 시장 판매량은 90만2945대로 전년 동기 대비 9.7% 감소했다. 국내 시장에서는 아이오닉 5, 캐스퍼, G90 등 SUV와 제네시스 신차의 판매가 호조를 보였음에도 반도체 공급 부족과 중국 일부 지역 봉쇄에 따른 부품 부족의 영향을 받아 18.0% 감소한 15만2098대를 판매했다. 해외 시장에서는 SUV 차종의 높은 인기에도 유럽 권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시장 판매가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생산 차질 영향으로 약세를 보여 7.8% 줄어든 75만847대가 판매됐다.
기아의 경우 1분기 영업이익이 1조6065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49.2% 증가했다. 매출액은 18조3572억원으로 10.7%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0.2% 감소한 1조326억원을 기록했다. 수익성이 높은 RV 판매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1.6%포인트 상승한 61.3%로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하며 수익성이 크게 개선됐다.
이에 대해 기아는 생산 차질에 따른 판매 물량 감소에도 판매 차종의 트림, 사양 상향과 RV 비중 확대에 따른 평균 판매 가격 상승을 매출 증가 원인으로 꼽았다.
기아의 글로벌 판매는 전년 동기 대비 0.6% 감소한 68만5739대를 기록했다. 국내는 6.5% 감소한 12만1664대, 해외는 0.7% 증가한 56만4075대로 집계됐다. 국내 시장은 신형 스포티지 신차 효과와 최적 생산 노력에도 생산 차질이 쏘렌토, 카니발 등 주요 차종 판매 감소로 이어졌다. 반면 해외 시장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전 차종에 걸친 강한 수요가 이어졌고, 유연한 생산 조정과 선적이 중단된 러시아 권역 판매 물량의 타 권역 전환으로 판매 차질을 최소화했다.
또 기아는 1분기 친환경차 판매도 11만43대로 전년 동기 대비 75.2% 증가했다. 전체 판매 중 친환경차 판매 비중은 15.8%를 기록해 전년 대비 6.9%포인트 확대됐다.
기아 스포티지.(사진=기아)
현대차·기아 모두 향후 전망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다. 현대차·기아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의 진정과 반도체 부족 사태의 점진적인 안정화를 예상했다. 다만 중국 일부 도시 봉쇄 결정으로 인한 부품 수급 불균형, 국가 간 갈등, 원자재 가격 급등 등 글로벌 불확실성 확대에 따라 어려운 경영 환경이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2분기 이후부터 가시적인 실적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현대차·기아는 주요 국가들의 환경 규제 강화와 친환경 인프라 투자 증가, 친환경차 선호 확대 등으로 전기차 중심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는 GV60, GV70 전동화 모델, 아이오닉 6 등 주요 신차의 글로벌 출시를 통한 전기차 라인업 강화 등에 집중할 계획이다.
기아는 반도체 등 부품 수급 상황 개선과 연계해 공장 가동률을 최대화해 대기 수요를 빠르게 흡수하고 판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 본격화,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2분기 어려운 경영 환경이 예상되지만, 올해 초 공개한 가이던스 달성을 위해 전사적인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