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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혁신' 이름표 무색한 은행 혁신점포
입력 : 2022-04-28 오전 6:00:00
얼마 전 어머니의 이름으로 1원이 계좌 입금됐다는 핸드폰 문자를 받았다. 혹시나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된 게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확인 전화를 해보니, 인터넷전문은행에 가입했는데 핸드폰 문자로 간편 송금하는 법을 연습한 것이었다.
 
자동화기기(ATM)에 통장 넣는 방법도 헷갈려하시던 모습과 거리가 멀었다. 어머니의 주거래은행은 상호금융기관이다. 지방에 거주하는 특성상 지역 기반이 탄탄한 금융사를 평생 이용해왔다. 생각날 때마다 손주들에게 용돈을 간단하고 편하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은행 거래 방법을 배웠다고 한다.
 
그동안 어르신들이 스마트폰 뱅킹을 이용하지 못할 것이라는 편견에 사로잡혀 있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스마트폰 뱅킹을 배우기 어려운 것은 아니지만, 현금을 눈으로 확인해야 안심을 하는 고령층은 디지털 기기를 마냥 두려워하고 있다고 지레짐작했다.
 
디지털 전환에 따른 은행 점포 폐쇄 논란이 뜨겁다. 은행 업무가 비대면화하면서 효율성과 비용 문제로 점포 폐쇄가 잇따르는 가운데 고령층의 금융소외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고령층의 금융소외 현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은행들이 일종의 절충안을 제시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무분별한 점포 폐쇄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막기 위해 은행들은 대체 수단 운영안을 마련해야 한다.
 
은행들은 점포 폐쇄의 대안으로 은행 간 공동 점포를 비롯해 편의점 등을 통한 점포 설치 등에 나서고 있다. 가이드라인을 따라야 하는 은행들의 고충도 이해가 된다. 인터넷은행 등장과 비대면 거래의 활성화로 대면영업이 이뤄지는 은행 점포는 사양길로 접어드는 추세다. 점포를 줄이자니 금융소비자 보호에 소홀한다는 지적을 받고 새로 만들자니 적자를 감수해야 한다.
 
그러나 너도나도 '혁신 점포', '디지털 혁신'이라고 홍보하는 모습은 씁쓸하기만 하다. 스마트폰 뱅킹이 도입된 이후 10여년간 다양한 모습의 점포들이 시도됐다. 퇴근 시간에 문을 여는 직장인 특화 점포, 주말에도 영업을 하는 점포, 공중전화 부스를 활용한 점포 등 다양한 채널이 시도된 바 있다.
 
고객들이 외면하면서 슬그머니 자취를 감춘 그 점포들이 혁신의 이름표를 붙이고 다시 등장하고 있다. 디지털 혁신이 기업의 생존 문제가 됐다는 구호는 이제 새롭지도 않다. 전통금융기관들이 인터넷은행과 핀테크 기업의 참신함을 따라잡을 금융업 이상의 혁신에 도전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러는 사이 출범 5년차인 인터넷은행들은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시중은행과 맞먹는 수준의 고객을 확보했고, 총자산 규모가 지난해 기준으로 다수의 지방은행을 추월했다. 은행들의 혁신이 더딘 이유가 과연 규제뿐인지 스스로 물어볼 때다. 외부 환경만 탓하다가는 혁신과 고객 모두 인터넷은행과 핀테크에 내어주는 위기를 막을 수 없다.
 
이종용 기자 yong@etomato.com
 
이종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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