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홍연 기자] 청와대 직제개편에서 안철수 인수위원장이 요구한 과학기술 담당 수석직이 당장 신설되지 않을 가능성이 커지면서 '과학기술 홀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디지털 플랫폼 정부를 강조한 만큼 기대감이 컸으나 새 정부의 청와대 조직 구상에는 과학기술이 빠지면서 과학기술·정보통신기술(ICT)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청와대 조직이 '2실장 5수석 1기획관' 체제로 가닥이 잡혀 과학기술보좌관직이 없어지면 경제수석실이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아 산재한 경제 문제로 과학 기술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과학기술계 주요 단체들은 앞서 공동 성명을 내고 "대통령을 보좌해 과학기술 중심의 국정 운영과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해서는 수석비서관 설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과학기술 소외론'은 이전부터 거론돼왔다. 과학기술부총리제는 참여정부 시절 신설됐으나 3년 만에 폐지됐다. 당시 이명박정부는 과학기술부와 정보통신부를 폐지하고 교육과학기술부와 지식경제부 체제로 운영했다. 이후 국가 차원의 과학기술 관련 컨트롤타워로서 국가과학기술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상설 행정위원회로 발족시켰으나 다시 박근혜정부 때 폐지됐다. 박근혜정부 시절에는 과학기술분야와 정보통신분야가 합쳐진 미래창조과학부가 신설됐다. 문재인정부는 과학기술보좌관실을 신설하고, 디지털혁신비서관 자리를 만들었다.
소외론을 해소하고 과학기술혁신강국을 위해 지속가능한 과학기술 거버넌스 정립이 필수라는 데는 공감이 이뤄졌으나 과학기술행정체제 개편에 대해선 내부에서도 의견이 나뉜다. 우선 과학기술 기반의 성장을 위해선 정부조직법 개편 등을 고려해 '과학교육수석' 설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다.
이우일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과총) 회장은 "청와대에서 과학기술 관련 정책을 조율할 수 있는 자리가 필요하다"면서 "과학기술을 다루는 시스템과 문화는 1년이나 달 단위로 이뤄지는 행정 업무와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유욱준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 역시 "경제수석실이 과학기술 컨트럴타워 역할을 하면 경제 이슈에 밀려 과학기술 기반의 성장은 요원해질 것"이라면서 "우리나라는 과학기술의 특수기능을 육성해 나가야 하는 사이즈로, 과학교육수석이 이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 수석비서관을 설치하거나 과학기술 부총리제를 도입하더라도 다른 부처 장관과 소통할 수 있는 여지가 적어 현재의 과학기술혁신본부 모델부터 개편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양승우 과학기술정책연구원 부원장은 "현재 과학기술 분야에만 매몰돼 국가 혁신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가 빠져 있다"면서 "거시적 조정을 위해선 예산과 정책 기능을 함께 가지고 전체적으로 끌고 갈 수 있는 방식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 당선인은 후보 시절 "과학기술을 대통령이 직접 챙기겠다"고 밝히면서 과학기술계는 큰 기대를 했다. 지난 2월에는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주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과학기술 인사 중용' 원칙도 언급했다. 과학기술 추격국가에서 원천기술 선도국가로의 전환을 위해선 컨트롤타워가 꼭 필요한 만큼 과학기술 분야 소외에 대한 업계의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2월 열린 '과학기술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바꿉니다' 정책토론회에서 과학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홍연 기자 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