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효선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 수사권 분리’ 법안 통과를 저지하기 위한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 방해)에 “(중재안) 그 이상 어떤 합의가 가능하느냐”며 반론을 제기했다.
박 장관은 29일 오전 법무부 과천정부청사에서 취재진과 만나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재한 1차 합의안에 권성동 원내대표가 ‘자기가 불러준 대로(합의문 작성)’ 하지 않았느냐. 여야 간 강고한 합의가 있었다”며 이 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 의원들은 왜 그것을 필리버스터에서 얘기하지 않는 것이냐”며 “권성동 원내대표도 자신이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에서 부당한 수사를 받았다고 했다. 그것이 중재안 합의의 원인이라고도 얘기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필리버스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오후 5시부터 밤 12시까지 7시간 동안 밥 먹는 것도 허락되지 않고, 자리 이동도 할 수 없었다”며 “거기서 양쪽 내용을 다 들어보니 필리버스터 할 일이 아니다”고 비판했다.
이어 “(중재안) 1차 합의가 있었고 2차 합의가 사실상 있었다”며 “수정안이 중간에 상정됐으니 이는 민주당 일방의 수정안이라고 볼 수 없다. 그렇다면 필리버스터는 중단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역설했다.
중재안에 따른 검찰의 보완수사 범위 문제에 대해선 “사법통제와 연결돼 있는 것이고, 그것은 수사기소 분류와 별개의 트랙”이라며 “어떤 수사기관이 어떤 권한과 책임 하에 수사의 총량을 어떻게 배분하는지와 별개로 궁극적으로 최종적인 사법 판단을 받기 전 준사법기관인 검찰이 어떤 사법통제적 기능을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나머지 직접 수사 부분에 대해선 입법부인 국회의 판단에 달렸다는 부연이다.
또한 박 장관은 검찰의 수사권 분리 법안에 대한 조직적 반발에 “나는 유폐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무장관인 자신이 정작 현 국면에 고립된 처지라는 비유를 들어 아쉬움을 표한 것이다.
그는 “입법 추진과 검사들의 반발이 진행되는 등 그런 과정을 보면서 ‘법무부 장관이 유폐됐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이 법안(검찰 수사권 분리)을 둘러싼 갈등 3주간 과정에서 내 역할은 무엇인가, 그런데 내가 사실상 그런 상태(유폐)가 된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이어 “갈 길은 먼데(검찰개혁) 날은 저물었다”며 “저는 ‘날 저문 과객’에 불과하다”고 비유했다. 그러면서 “검찰 개혁은 여기서 끝나는 일이 아니고 계속 진행형으로 가야 한다”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계속 진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그간 하루도 쉴 날 없이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면서 검사들과 대화하고 검찰국 외의 다른 실·국·본부의 일을 활성화하려고 엄청나게 노력했다”며 “소외됐던 (법무부의) 기능들이 이제 정상화·활성화됐다고 자부한다”고 소회를 밝혔다.
다음달 퇴임 후 행보에 대해선 “아직 결정을 못 했다”며 말을 아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지난 27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검수완박' 법안 저지를 위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진행하고 있는 국민의힘 김웅 의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뉴시스)
박효선 기자 twinseve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