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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눈')손실보상, 차라리 솔직했으면
입력 : 2022-05-04 오전 6:00:00
'50조 온전한 손실보상'.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1호 공약이다. 처음부터 지키기 힘든 약속이었다. 대선 과정에서도 그의 1호 공약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공공연히 나돌았다. 반면 소상공인업계 등 일부에서는 '공약인데 지키겠지'라는 기대가 컸던 것 같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 1호 공약이 유명무실해질 기미가 보이자 소상공인의 분노는 커져가고 있다. 윤석열 당선인이 쏘아올린 화살에 코로나19로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은 수백만의 소상공인들 가슴은 아리다 못해 구멍이 날 지경이다.
 
인수위 발표 자료에 가득 담긴 수사와 허세가 불난 집에 부채질 한 격이 됐다. 온전한 보상이 불가하다는 사실을 감추고, 2년간의 손실규모가 54조원이라는 것을 설명하고 꾸미기 위해 '과학적 추계', '금융구조 패키지', '맞춤형 현금지원방안' 등의 화려한 단어들이 동원됐다. 1호 공약이 후퇴하다 못해 사실상 파기된 것이나 다름 없었고, 알맹이는 찾아보기 힘든 발표였는데 말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해명자료를 통해 내놓은 "소상공인, 자영업자에 대한 약속은 반드시 지킬 것"이라는 입장도 마찬가지다. 실제로는 별 것 없지만 있어보이고 싶고, 자꾸 과장해 진실을 감추고 싶어하는 속내가 보이는 것만 같다. 
 
손실보상 문제는 '취임덕'에 기름을 부을 수도 있다. 취임덕은 권력 누수를 뜻하는 레임덕에 빗대어 취임과 함께 레임덕이 올 수 있다는 뜻으로 등장한 용어다. 최근 윤석열 1기 내각의 국무위원 일부 후보들에 대한 논란이 취임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나돈다. 여기에 더해 새로운 정부가 들어서기 전부터 공약 1호 파기로 소상공인들의 가슴에는 반감이 커져가고 있는 상황이다. 유권자와의 약속인 공약을 지키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하지만 고금리, 물가상승에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악재가 겹치면서 경기는 날로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재정 상황이 녹록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면 차라리 과감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공약을 수정하며 양해를 구하고, 대안 모색에 머리를 맞대는 것은 어떨까. 
 
공약 수정에 대한 비판을 감내하고 그 배경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것이 화려한 수식어로 진실을 감추는 방식보다는 낫다. 업계의 전문가, 학자들의 지혜를 빌어 소상공인의 코로나19 피해를 보상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하고, 이 과정을 숨김 없이 알리는 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인사청문회를 거쳐 중기부 장관에 임명될 이영 후보자는 수정된 소상공인 회복방안을 가지고, 현장의 소상공인들을 위로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제시해야 한다. 정계 입문 과정 없이 혜성처럼 나타나 대통령에 당선된 윤석열 당선인이 기존 정치인들과 다르게 달라진 현실을 인정하고, 솔직하게 국민과 소통하는 파격적 행보를 보여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보라 중기IT부 기자(bora11@etomato.com)
 
이보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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