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A씨는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곤욕을 치른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특히 일부 학생들이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이런 거 좋아하는 사람 있냐", "응 내가 안 해도 아무것도 못하쥬 킹받쥬(열받는다는 의미의 신조어)"라는 말로 분위기를 흐려 당황스러울 때가 많다. 잘못을 한 학생에게 명심보감 한 장씩 베껴쓰기 반성문을 시켰다가 "아 틀딱(노년층을 비하하는 신조어)냄새 오진다"라는 말을 듣기도 했다. 엄하게 혼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자칫 아동학대로 몰리기 쉬워 참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유치원 교사인 B씨는 한 아이의 부모로부터 아동학대 의심을 받은 적이 있다. 다행히 혐의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계속되고 있다. 이후에도 부모는 CCTV 열람을 자주 요구하고 뚜렷한 혐의가 없음에도 경찰에 신고하기도 했다. 잦은 의심에 지친 B씨는 일을 그만둬야 하나 고민 중이다.
제41회 스승의 날이 왔지만 교사들은 뿌듯함보다는 우울함이 크다고 호소하고 있다. 교권이 존중받지 못하면서 학생 지도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아동학대로 의심받는 경우도 많아 사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14일 각종 교원 단체들이 스승의 날을 맞아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교사는 직업 만족도가 낮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가 전국 유치원과 초·중·고·대학 교원 843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현재 교직 생활에 만족하냐'는 질문에 33.5%만이 그렇다고 답했다. 2019년까지만 해도 교직 생활에 만족하다는 응답이 더 많았지만 이후에는 그렇지 않다는 응답이 앞서고 있다.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을 하겠다는 비율 또한 낮아지는 추세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29.9%만이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을 하겠다고 답했다. 다시 태어나도 선생님을 한다는 답이 30% 이하로 떨어진 건 설문을 시작한 이래 처음이다.
(그래픽=구선정 디자이너)
아동학대로 의심을 받아 피해를 본 경우도 적지 않다. 전국국공립유치원교사노동조합은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유치원·어린이집 교사 108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18.6%가 아동학대 의심으로 피해를 입었다고 했다. 교사 5명 중 1명이 아동학대를 하지 않고도 의심을 받은 셈이다.
아동학대 의심을 받아 폭언이나 폭행을 당하는 피해 사례도 있다. 노조가 구체적인 사례 148건을 분석한 결과 뺨을 때리고 무릎을 꿇리거나, 협박에 이어 강제 해고까지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
다만 피해 교사 가운데 상급 기관으로부터 적절한 지원을 받은 경우는 9명에 불과했다. 교육 당국은 교권 강화를 위해 2019년 교원지위법을 개정하고 교권보호위원회도 만들었지만 현장에선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다. 대책이 탁상공론에 불과한 데다, 정부의 교권 보호 정책을 이용한 후 학생이나 학부모와의 관계가 오히려 더욱 악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최근 2~3년 동안은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교사들의 스트레스가 더욱 늘고 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이 전국 유·초·중·고교 교사 5014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90.5%가 코로나19 장기화로 교육 활동 이외의 업무 시간이 늘었다고 답했다.
스트레스가 늘어 건강이 악화해도 병가를 쉽게 낼 수 없어 악순환의 고리가 계속됐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시기 퇴직이나 휴직을 고민한 교사도 81.5%에 달했다. 김민석 전교조 교권상담국장은 "교사 건강을 담보로 하는 쥐어짜기 교육행정은 멈춰야 한다"며 "건강을 잃은 교사에게 행복한 교육은 기대할 수 없으며 이젠 교육부가 설문에 답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