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지영 기자] 코로나19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이어지면서 학교 폭력에서 사이버·언어폭력의 비중이 늘고 있다. 하지만 이를 관리할 법·제도가 부실하고 담당 인력 또한 부족해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교육부가 지난 3월 발표한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언어폭력을 당했다고 응답한 비중은 41.7%로,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35.6%보다 증가했다. 사이버 폭력 또한 2019년 8.6%에서 지난해 9.8%로 증가했다.
반면 같은 기간 전반적인 학교 폭력은 줄었다. 지난해 학교 폭력 피해를 당했다고 응답한 학생은 1.1%로 코로나19 전인 2019년 1.6%보다 소폭 줄었다. 전반적인 학교 폭력 피해는 줄었지만 사이버·언어폭력은 오히려 늘어난 것이다.
사이버 폭력이 발생하는 곳은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등 '인스턴트 메신저'가 46%로 나타났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틱톡, 카카오스토리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한 사이버 폭력이 26.7%로 뒤를 이었다. 이어 '온라인 게임'(15.4%) '1인 미디어 채널'(3.3%) 등 순이었다.
서울 시내 한 중학교 교사가 비대면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학생들의 사이버·언어폭력 피해 사례가 늘고 있는 건 신체활동이 제한되면서 스마트폰이나 전자기기 의존도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원격 수업을 위해 자녀에게 태블릿PC나 노트북을 사주는 경우도 많아 접근성도 용이해졌다.
이처럼 사이버 공간에서의 학교 폭력이 늘고 있지만 교육 현장에선 이를 관리하기가 쉽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익명성이 보장되는 사이버 공간에서 교묘한 형태로 발생하기 때문에 교사나 학교의 감시가 어렵기 때문이다. 경기도 한 중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사이버 폭력의 경우 일반 폭력보다 더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당하는 아이가 신고하지 않는 한 선생님이 먼저 알아보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기에 사이버 폭력을 처벌할 수 있는 법·제도도 아직 미비하다. 2012년 3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개정을 통해 2조(정의) 1의3호에 '사이버 따돌림'을 학교 폭력의 유형 중 하나로 추가한 정도가 전부다. 사이버 폭력에는 따돌림만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는 다양한 형태의 피해 상황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나온다.
법과 제도뿐 아니라 이를 전담할 담당교사나 경찰 인력도 모자란다는 지적이다. 현재 각 학교에는 학교폭력심의위원회와 소통하는 학교폭력 업무 담당교사가 배치돼 있으나 이들은 예방 교육보단 발생 사건 처리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시도 경찰서의 학교전담 경찰관 수 또한 지난해 기준 1020명으로 정원 1122명을 채우지 못했다. 경찰 1명이 학생 5200여명을 담당해야 하는 수준이다.
노윤호 법률사무소 '사월' 학교폭력 전문변호사는 "사이버폭력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처분이 학교 차원의 징계에서 그치거나 형사로 넘어가도 미성년자이다 보니 솜방망이 처벌을 받는 경우가 많다"며 "동급생 간에 성 착취를 하는 등 심각한 범죄도 성폭력법 관련해서 처벌은 받지만 사이버 폭력으로 형사 처벌을 받는 경우는 극히 드물어 제도와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지영 기자 wldud9142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