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전장용 반도체 유통 기업
유니트론텍(142210)이 14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에 나선다. 유니트론텍은 주력사업인 전장용 반도체 품귀현상으로 실적이 고성장을 보이고 있지만, 자회사 지피아이의 실적부진으로 차입금과 부채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유통사의 특징상 안정적인 매출 확대를 위해선 선제적 재고 확보와 현금 동원력이 중요해 유증 흥행이 꼭 필요한 상황이다.
회사는 반도체 품귀현상이 재작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만큼, 유증 흥행에도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유니트론텍은 내달 3일 유증 발행가를 확정하고 구주주청약에 나선다. 구주주청약에서 발생하는 실권주에 대해선 일반청약을 실시할 예정이다. 유증을 통행 총 300만주의 신주를 발행할 예정이며, 140억원을 조달한다. 대표주관사인 KB증권과 실권주 인수계약을 체결한 만큼, 필요자금 조달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유니트론텍은 글로벌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의 공급 대리점 중 하나로 마이크론이 국내에 판매하는 전장용 반도체 90% 이상을 공급하고 있다. 마이크론의 경우 전장용 반도체 시장 세계 점유율 1위 기업이다.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의 영향으로 유니트론텍의 실적도 고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연결기준 3년 연속 매출 성장을 이어갔으며, 올해 1분기에는 5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전년 동기대비 80.77% 증가했다. 매출액도 941억원으로 65.44% 증가했다.
유니트론텍은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 중 100억원을 반도체 등 상품 매입에 사용할 예정이다. 최근 완성차에 탑재되는 차량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증을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재고를 확보해 안정적인 실적 성장을 이어가겠다는 계획이다.
유니트론텍은 업황 호조와 실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재무안정성 지표가 저하되고 있다. 자기자본 규모 상승분을 상회하는 차입금 확대 등으로 부채 규모가 더욱 증가했고, 자회사로 인한 현금유출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20년 2차전지 설비기업 지피아이를 종속회사로 편입하면서 지피아이의 단기차입금 99억원과 장기차입금 72억원이 늘었으며, 2021년에는 단기차입금 173억원, 사채 150억원이 증가했다. 2019년 150.49%이던 연결기준 부채비율은 올해 1분기 200.10%까지 늘었다.
반도체 수요 증가로 선제적 재고 마련에 나서면서 재고자산도 크게 늘었다. 반도체 호황으로 매출이 증가했지만 반대로 운전자본도 늘어난 것이다.
안정적 매출 확대를 위해선 재고 확보와 운전자본 확충이 중요한 만큼, 유니트론텍도 유증 흥행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유증 이후 보통주 1주당 0.2주 무상증자를 함께 계획했으며, 최대주주는 유증 참여 자금 확보를 위해 보유 CB 매각에 나섰다.
남궁선 유니트론텍 대표이사는 이번 유증 청약에서 50% 참여를 결정했는데, 유증 참여 자금 조달을 위해 보유 중이던 전환사채(CB) 일부를 매각했다. 이번 유증 1차발행가액(4640원) 기준 50% 청약을 위해선 17억 가량이 필요하다. 남 대표는 이를 위해 보유 중이던 CB 51만2142주 중 20만주를 매각, 10억원을 확보했다. 통상 주주배정 유상증자에서 최대주주의 유증 청약률이 책임경영 의지로 받아들여진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유통사 특징상 현금동원력 보충이 중요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위해선 유증 흥행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최대주주의 유증 참여는 책임경영 의지로 받아들여지는 만큼 유증 흥행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유니트론텍 관계자는 “재작년부터 계속된 반도체 수급난으로 재고를 계속 매입하고 있다”며 “선제적 재고 매입으로 자금부분에 타이트한 부분이 있어 유증을 진행하게 됐지만, 전반적인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재고 현금화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유상증자 역시 300만주 전량 청약에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유니트론텍은 반도체 유통 사업이 가지고 있는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차전지 설비를 제조하는 지피아이와 지능형 운전자 보조시스템 기술을 보유한 토르 드라이브를 기반으로 사업다각화를 통한 중장기적 수익구조 개선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유증 자금 중 상품매입을 제외한 40억원은 2차전지 설비 제조 및 자율주행 관련 연구비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유니트론텍 관계자는 “지피아이의 경우 이미 올해 300억원의 수주를 기록했고, 올해 하반기부터 매출인식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는 매출확대와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