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이 직업인지라 걸려 오는 전화는 웬만하면 받는 편인데, 최근 하루에 수차례씩 걸려오는 선거 전화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받을 때까지 건다는 설정이 있는지 똑같은 번호로 부재중 전화가 여러 차례 찍혀있는 것을 볼 때는 진심으로 짜증이 솟구쳤다. 한 번은 '누군지 들어보자. 절대 안 뽑는다'란 반감으로 전화를 받기도 했다. 지방선거는 후보가 많아 받는 연락이 전보다 이전보다 훨씬 늘었다. 해당 지역 유권자가 아닌데도 전화나 문자를 받으면 '어디서 개인정보가 털렸나', '문자비가 아깝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직선거법상 후보자가 유권자에게 선거 운동을 위해 ARS나 문자를 보내는 것은 합법이다. 하지만 법의 영역과 내 기분의 영역은 별개다. 나처럼 짜증 나는 사람이 많은지 선거 연락처를 포털에서 검색하면 '차단'이 바로 옆에 뜨고, 인터넷에는 선거 전화와 문자를 차단하는 다양한 방법이 공유되고 있다. 안심번호를 이용한 여론조사 수신을 원하지 않는 유권자는 해당 이동통신사에 전화해 '안심번호 제공 거부'를 등록하면 된다. 간단한 본인 확인 절차를 통해 수신 거부가 가능하다. 다만 여론조사 전화만 차단이 가능해, 얼마든지 다른 연락을 받을 수 있다. 때문에 선거 관련 단어를 스팸 키워드로 등록하거나 이동통신 3사가 운영하는 스팸차단 앱을 사용하면 좋다.
선거 문자는 문자 발송 시스템을 이용해 대량으로 발송할 경우 유권자 1명에 최대 8번까지 보낼 수 있으며 문자엔 수신거부 방법을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문자 발송 시스템을 이용하지 않고 20인 이하에게 한꺼번에 ARS 홍보 전화나 문자를 보내는 경우에는 횟수 제한이 없다. 투표 독려 목적이라면 전화는 회선 수나 횟수 등에 제한이 없으며 대상을 제한하는 규정도 없다. 투표 독려 명목으로 전국 팔도 선거캠프에서 연락이 오는 이유다.
정당 및 여론조사 기관이 공표·보도를 목적으로 통신사로부터 받은 가상번호로 무작위로 전화를 걸 땐 당사자에게 동의를 구하는 절차가 필요 없는데, 당사자에게 선택권을 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지난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약 2만여건의 개인정보 침해 상담·신고와 46만건의 불법 스팸(불법 영리성 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 신고가 접수됐다. 주변에 물어봐도 선거 관련 문자나 전화를 자세히 보거나 듣는 지인은 한 명도 없었다. 기계적이고 관습적인 방식으로 유권자에게 다가가 피로감만 가중하기보다는 다른 소통 방식, 효과적인 선거 유세 방법에 대한 모색이 필요한 때다.
홍연 중기IT부 기자(hongyeon1224@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