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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출신 금감원장 논란)서열파괴 인사에 행시 출신 '부글'
최연소·부장검사 출신 최초 원장…행시 출신 "밥그릇 뺏길라"
입력 : 2022-06-0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우연수 기자]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최연소·최초 검찰출신' 타이틀을 달고 부임하면서 금융권·당국 안팎에서 행정고시와 사법고시 출신 간 '밥그릇 싸움' 긴장감이 흘러나온다. 행정고시 출신 공무원들의 전유물로 여겨진 금감원장 자리에 실무 수사를 담당하던 부장검사가 왔기 때문이다. 
 
특히 금감원에서는 원장이 새로 부임하면 기존 임원들이 임기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관행이 있는 만큼 앞으로 내부 임원들의 대거 물갈이도 예상된다. 
 
9일 금융당국 및 관계자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번 이복현 심임 내정자가 확정된 이후 행정직 출신의 고위 임원 관계자들 사이에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금융당국 내에서도 젊은 검찰 출신 금감원장이 온다는 점에 위기감도 감지된다. 
 
이복현 신임 금융감독원장이 7일 취임식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금융감독원
 
이 원장은 행시 출신이 아닌 역대 네번째 금감원장이다. 초대부터 정은보 전 원장까지 14인 중 국회의원 출신 김기식 전 원장과 하나금융지주 사장이던 최홍식 전 원장, 교수 출신의 윤석헌 전 원장 3명을 제외한 모두가 행시 출신이다. 다만 이들은 행시 출신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금융지주 사장 경력이나 관련 법령 발의 등 금융 관련 제도의 전문성 등을 인정을 받아 등용됐다. 이에 이 원장처럼 전혀 분야가 다른 '검찰' 출신의 인사는 사실상 역대급 파격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또한 72년생의 젊은 나이에 불과 몇달 전까지만 해도 부장검사 직급에 있었단 점에서 이번 인사가 적잖이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이 원장은 종전 최연소 금감원장 타이틀을 지녔던 김기식 전 원장보다도 2살 젊은 나이에 원장 자리에 부임한 셈이다. 전임 정은보 전 원장은 61년생이었으며, 현재 금감원 내 임원(부원장·부원장보)들 역시 이 원장보다 연배가 높은 66년~68년생 수준이다.
 
윤석열 정부 들어 가장 파격적인 인사 주 하나로 꼽히는 한동훈 법무부장관의 경우 73년생임에도 불구하고 사법연수원 27기로, 이 원장(32기)보다 경력으로는 5년 앞선다. 검찰 총창 후보군으로 오르다 사의를 표명한 박찬호 광주지검장은 66년생으로 사법연수원 26기 출신이다.
 
한 금융당국 관계자는 "이전에 거론되던 검찰 출신 원장 후보들은 대부분 60년대 초반 출생이며 금감원 조사 관련 업무 경험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지만, 72년생 전직 부장검사가 부임했단 점이 충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검사장 정도 되면 조직을 관리하는 위치로 볼 수 있지만 부장검사는 수사 실무 선이기 때문에 더 생각지 못한 인사"라고 말했다.
 
익명의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장은 주로 금융 관료들의 자리라는 인식이 있다"며 "특히 금감원장은 금융 감독 당국의 수장이면서 청문회는 피해가는 자리라 금융권 관료사회에서는 놓치지 않으려 하는 자리인데, 이번 인사를 두고 입맛만 다시게 됐다"고 말했다.
 
또한, 임원들보다 어린 최연소 원장의 부임에 임원 인사 등 조직 재정비 방향에도 눈길이 쏠린다. 법조계는 검찰총장에 아랫기수가 오면 선배들이 알아서 물러나는 문화가 있는 등 서열이 확고하기로 유명하다. 금감원에서는 원장이 새로 부임하면 기존 임원들이 임기와 상관없이 일괄적으로 사표를 제출하고 조직을 재정비하는 관행이 있어서다. 이에 대해 이 원장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인사 조직이나 예산 관련된 것들은 전체적인 시스템을 파악하고 기능을 어떻게 가져갈 지를 보겠다"면서 "관련 문제랑 연결이 돼 있는 만큼 시간이 필요하다"고 말을 아꼈다. 
 
시장에서는 금융당국이 지난 3년에 걸쳐 대부분 마무리 지은 사모펀드 사태를 다시 들여다볼 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일각에선 라임·옵티머스 펀드 등 금융 관료들의 비리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검사들이 좌천된 것이 이번 인사와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기 때문이다.
 
윤정부는 새 정부 출범 직후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을 부활시킨 바 있으며, 금감원장뿐 아니라 공정거래위원장으로도 윤 대통령의 후배 검사가 유력한 내정자로 거론되기도 했다. 
 
한편 고승범 금융위원회 위원장은 신임 금감원장으로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방검찰청 형사2부 부장검사를 임명 제청했다. 금융위는 “검찰 재직 시절 굵직한 경제범죄 수사 업무에 참여해 경제정의를 실현한 경험을 바탕으로 금융기업의 준법 경영 환경을 조성하고 금융소비자 보호 등 금감원의 당면 과제를 효과적으로 수행할 적임자로 평가돼 신임 원장으로 제청했다”고 밝혔다.
 
이복현 원장은 공인회계사와 사법시험을 동시 합격한 금융·경제 수사 전문가로 평가받고 있으며 서울중앙지검 경제범죄형사 부장을 역임한 바 있다.
 
우연수 기자 coincidence@etomato.com
 
우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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