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지난해 주가 고점 시기에 지분 처분을 통해 276억원이 넘는 현금을 확보한
노랑풍선(104620) 오너일가에 대한 소액주주의 불만이 가중되고 있다.
지난해 대거 현금 확보에 이어 현재 노랑풍선 대주주들은 여행주 급락 시기에 발행한 메자닌(CB·BW) 콜옵션(매도청구권) 행사를 통해 헐값에 주식을 거둬들이고, 잇따라 전환청구권을 행사하면서 오버행 논란에 불을 붙이고 있다. 현재 주식으로 전환됐거나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신주의 수는 총 243만7240주로 발행주식총수의 15.47%에 달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고재경 회장과 최명일 회장 등 노랑풍선 오너일가는 리오프닝 기대감으로 여행주들이 급등세를 보이던 지난해 9월 지분을 대량으로 매도했다. 9월 지분 매도를 통해 노랑풍선 오너일가가 확보한 현금은 276억원에 달한다. 이는 현재 노랑풍선 현 시가총액(17일 종가 기준, 1538억원)의 17.36% 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지난해 9월에만 고 회장과 최 회장, 최명선 부사장 등이 72만주(4.57%)를 장내 매도했으며, 100만주(6.35%)는 친인척에게 증여 후 장외 매도했다. 이들의 매도 단가는 1만4000~1만6000원 사이로 현 주가(9770원) 대비 43.30~63.77% 높은 수준이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지난 2019년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노랑풍선은 오너일가의 지분율이 매우 높은 회사다. 노랑풍선 공동대표였던 고 회장과 최 회장 두 사람은 처형과 매부 사이다. 상장 직후 고재경 회장의 여동생이자 최명일 회장의 아내인 고정선씨와 최명일 회장의 누나인 최명희씨 최명선 전무 등 친인척들의 지분율은 62.35%에 달했다. 올해 1분기 기준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지분율은 40.77%다.
노랑풍선 최대주주 등이 지분을 대거 매도해 짭짤한 현금을 확보했지만, 노랑풍선 오너일가는 대규모 콜옵션을 행사해 추가 오버행 우려에 불을 붙이고 있다. 대규모 자금조달로 기존 주주들의 주식가치 희석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콜옵션을 통해 고 회장 등 노랑풍선 오너일가가 저렴하게 지분을 되사왔기 때문이다.
앞서 노랑풍선은 코로나19로 여행업계 타격이 극심했던 지난해 3월 각각 100억원 규모의 CB와 BW를 200억원 어치 발행했다. CB와 BW의 전환가액은 8206원(현재가 대비 19.06% 이익)이다. 이번 콜옵션 행사로 노랑풍선 오너일가는 높은 평가차익과 함께 지분율 방어를 동시에 이룰 수 있게 됐다.
고재경 회장과 최명일 회장은 지난 13일 CB와 BW에 대한 콜옵션 일부(45억원) 행사를 완료했다. 이번 콜옵션으로 고 회장과 최 회장이 확보한 지분은 각각 27만4178주(지분율 1.74%)로 총 3.48%의 지분을 확보하게 됐다.
노랑풍선은 CB와 BW 발행 당시 최대 30%까지 콜옵션 한도를 부여했다. 이번에 행사한 콜옵션 규모는 CB와 BW를 합쳐 45억원 규모로 아직 15억원 가량의 콜옵션 행사가 가능한 상황이다. 17일 종가기준 노랑풍선의 주가는 9770원이다. 만약 노랑풍선 오너일가가 모든 콜옵션을 행사할 경우 평가금액은 71억원으로, 고 회장 등 오너일가가 콜옵션을 통해 거둘 수 있는 평가차익만 11억원에 달한다.
노랑풍선 최대주주 등은 많은 평가차익을 거두게 됐지만, 기존 투자자들은 주식 가치 희석을 피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CB와 BW의 주식전환으로 대규모 신주가 발행될 예정인데다, 전환가액(8206원)도 현 주가 대비 저렴하기 때문이다.
현재 주식으로 전환됐거나 주식으로 전환가능한 신주의 수는 총 243만7240주로 발행주식총수의 15.47%에 달한다.
노랑풍선은 최대주주의 지분 매도는 유통주식 수량 확보를 위한 수단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지분 매각의 경우 그간 대주주의 높은 지분율로, 유통물량이 너무 적은 문제가 있었다”며 “지난해 이뤄진 지분매각은 기관투자자 등의 유통물량 확보를 위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이어 “콜옵션 잔여 한도의 경우 채권자들과 협의를 통해 추가 행사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며 “아직 행사여부를 정확히 알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편, CB와 BW의 주식전환이 이뤄지기 시작하면서 노랑풍선의 주가는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첫 주식전환 공시가 나왔던 지난 3월14일 1만6259원 이었던 노랑풍선 주가는 한달만에 1만4100원까지 하락하며 13.23% 급락했으며, 이날까지 39.88% 내렸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