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변소인 기자] 일회용 컵 보증금제가 라벨 부착기계 구매 비용 문제로 또 다시 암초를 만났다. 프랜차이즈 본사 측이 고가의 장비를 여러 대 구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가운데 카페 자영업자들의 우려도 커졌다. 고가의 장비 구매로 인해 컵 생산 비용이 올라가면 본사 측에서 가격 부담을 점주들에게 전가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지난 17일 환경부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대상 프랜차이즈 본사들과 만나 일회용 컵 보증금제 시행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환경부는 앞서 카페 자영업자들에게 제시한 대로 프랜차이즈 본사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 인식용 라벨 스티커 부착기계를 구매해 컵에 부착한 뒤 각 지점에 컵을 배포하는 방식으로 진행하길 원한다고 설명했다. 라벨 부착기계 구매 비용에 대해서는 환경부와 본사가 나눠 분담하는 안을 제시했다.
5월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시행 공개 시연회에서 환경부 직원이 소비자가 컵을 반납하고 자원순환보증금(300원)을 반환받는 과정을 홍보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비용 등의 문제로 프랜차이즈 본사 측은 크게 반발한 것으로 전해진다. 라벨 부착기계의 경우 장비 1대당 약 800만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러 컵에 빠르게 라벨을 부착하려면 한 프랜차이즈당 5~6대의 기계가 필요한데 이 경우 비용이 너무 많이 소요된다는 게 본사 측 주장이다. 또 종이컵에 프랜차이즈 로고 등만 바로 인쇄하는 것이 아니라 라벨 부착까지 하려면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제조비용이 올라갈 수 있다고도 지적했다.
논의 후 현재 진행상황에 대해 묻자 스타벅스 홍보팀은 "아직 결정된 부분은 아니다"라며 "정부 시책이니까 나오는 대로 충실히 따르겠다"고 말했다. 한 카페 업계 관계자는 "시행까지 5개월 남짓인데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라며 "빨리 세부적인 사항이 나와서 남은 기간 동안 준비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영업자들은 본사가 고가의 라벨 부착기계를 구입할 경우 비용이 다른 방식으로 개인 자영업자에게 돌아올 것을 염려하고 있다. 환경부가 제안한 대로 기계를 구입해 컵을 생산하면 비용이 단기적으로 급증할 수밖에 없는데 이 비용부담을 자영업자에게 분담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고장수 전국카페사장협동조합 이사장은 "프랜차이즈 본사들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 기계 구매 비용은 결국 자영업자의 피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며 "환경부가 관리감독을 해서 컵값을 올리지 않도록 한다고 해도 다른 원부자재 가격으로 반영할 수도 있다"고 꼬집었다.
변소인 기자 bylin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