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4월 걷힌 세금이 167조9000억원으로 전년보다 34조5000억 늘어났다. 특히 법인세 징수액은 51조4000억원으로 21조4000억원이나 증가했다. 법인세 징수실적이 이렇게 좋은 것은 1분기 중 기업 실적이 양호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의 기업경영분석에 따르면 국내 기업들의 영업이익률은 6.3%로, 1년 전보다 0.1%포인트 낮아진 데 그쳤다. 세전 순이익률은 8.1%로 0.2%포인트 올랐다. 특히 제조업의 영업이익률은 전기전자·기계 등을 중심으로 6.7%에서 8.4%로 상승했다.
더 주목되는 것은 법인세 진도율이 벌써 49.4%로 계산됐다는 사실이다. 올해 걷기로 한 법인세 가운데 절반이 이미 4월까지 걷혔다는 것이다. 국내외 경제환경이 어려워져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참으로 놀랄 만한 진도율이다.
그렇기에 법인세율을 낮추자고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기업이 벌어들인 소득을 세금으로 납부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성장을 위해 투자할 몫을 더 남겨두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지난 16일 발표된 새정부 경제정책 방향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5%에서 22%로 낮추기로 한 것은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으로 이해된다. 문재인 정부 이전 수준으로 돌려놓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이와 함께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를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등 부동산과 관련한 세 부담도 완화할 방침이다. 이밖에 초고액 주식보유자 외에 국내 상장주식 양도소득세는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도 내린다.
한마디로 감세를 통한 투자와 민간중심의 경제 활성화라는 윤석열정부의 정책 방향이 드러난 것이다. 전임 문재인정부와 상당히 다른 접근법이다. 이번에 발표된 감세 계획대로 진행될 경우 대략 수조 원가량의 세금 감소요인이 발생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국가채무를 억제할 수 있는지가 우선 의문이다. 4월 말 국가채무는 전월보다 19조원 이상 늘며 1001조원을 헤아리게 됐다. 정부는 올해 말까지 국가채무를 1037조7000억원 수준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이는 중앙정부 채무만을 가리킨다. 지방정부 채무까지 더하면 얼마나 늘어날지 아직 모른다.
더욱이 기초생활보장을 확대하고 노인들의 기초연금을 단계적으로 올리는 등의 복지 대책도 조금 들어가 있다. 이런 계획이 실행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이 더 늘어나야 한다.
그렇지만 크게 보아 이번에 발표된 ‘정책 방향’에는 물가고를 비롯한 민생불안을 완화 또는 해소시킬 대책이 별로 들어있지 않다. 그래서 균형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그런 논란은 일단 차치해두자. 그러나 이번에 제시된 계획만을 놓고 보더라도 재정 부담이 다소 커지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다시 말해 재정지출 요인은 늘어나는데, 재정수입은 줄어드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집권 여당이 야당 시절부터 누누이 강조해온 ‘재정건전성’은 아이네아스의 불행한 아내 크레우사처럼 멀어질 수도 있다.
다만 감세 덕분에 투자가 활성화되고 경제가 활성화될 가능성도 물론 있다. 그 결과 세수 기반이 확대되고 세금 징수도 오히려 더 늘어날 수 있다. 윤석열정부가 기대를 걸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가능성이다. 성장의 과실이 고르게 퍼져 경제가 선순환된다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금리가 오르고 석유와 곡물을 비롯한 국제원자재 가격이 고공행진하고 환율도 불안한데 그런 기대대로 될지는 미지수이다. 어쩌면 지금의 기술로 안드로메다은하에 가겠다고 하는 것만큼 무리한 것일지 알 수 없다.
만약 윤석열정부의 기대가 어긋나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재정건전성은 더 나빠지고, 국민들은 물가고와 경기후퇴 속에서 국가의 도움을 받기가 매우 어려워질 것이다. 재정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공공요금을 크게 올리거나, 부가가치세를 비롯해 간접세를 강화하는 등의 방식으로 세입을 늘리려 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되면 국민들의 소비 여력은 더욱 약화하고 이는 내수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경제 선순환 고리가 끊어진다. 그런 사태는 일어나지 말아야 하고, 또 일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지금은 윤 대통령의 임기 초반이므로 그 어느 것도 확실하게 말할 수 없다. 앞으로의 정책과 그 결과가 말해줄 것이다.
차기태 언론인(folium@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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