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현 상황은 대공황의 재현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1970년대 고물가 시대의 재현을 두려워해야 할 때"라며 중앙은행들이 상황을 치명적으로 오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기후퇴를 막기 위해 물가 상승을 용인한 것이 도리어 전체 인플레이션 압력을 고조시키는 사태를 낳았다는 것이다.
FT에 따르면 전세계 중앙은행들은 과도하게 경기순응적(accommodation)인 정책을 펴고 있다.
모건스탠리의 호아킴 펠스 매니징 디렉터의 집계에 따르면 현재 전세계 단기 자금시장의 금리가 4.3% 수준인 반면 전세계 평균 인플레이션 상승률은 5.4%에 이른다.
인플레를 감안하면 전세계 단기금리는 사실상 마이너스(-) 수준에서 움직이고 있다. 미국의 인플레이션 기대심리는 5%를 훌쩍 넘어 2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결국 중앙은행의 과도한 경기순응적인 통화정책은 유동성 과잉상태를 유발했고 과잉유동성은 자산 버블을 형성했으며 국제 신용위기로 자산 버블이 붕괴하자 이번에는 자금이 상품 시장에 몰리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이러한 현 상황은 1970년대 오일 쇼크 당시 상황과 많이 닮아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 체제 하 미국 중앙은행은 경기순응적인 통화정책을 취해 인플레 압력을 적절히 제어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었다.
현 상황과 70년대 상황을 비교할 때 다른 점은 임금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FT는 임금 상승 인플레가 발생하지 않은 점이 오히려 현재의 인플레 상황을 더욱 위협적으로 만드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임금 동결(사실상 하락)은 가처분소득의 감소로 이어지고 국제 신용위기는 소비의 원천인 소비자대출을 줄이는 결과를 낳고 있다.
미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가 감소할 경우 신용 시스템의 회복은 더욱 더뎌질 뿐만 아니라 소비 감소로 인해 미국은 물론 전세계 경제는 하강 압력을 받을 수밖에 없다.
FT는 이러한 모든 상황의 근본 원인이 주요국 중앙은행의 과도한 경기순응적 정책에 있다고 진단했다.
FT는 전세계 경제가 결국 국제 신용위기 자체보다 신용위기를 맞아 전세계 중앙은행이 잘못된 대책을 내놓는 바람에 후유증을 더욱 심하게 앓게 됐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