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신태현 기자] 반도체 다운 사이클 우려가 나오면서 삼성전자 등 반도체 업체들이 과감한 기술력 투자를 단행해야 살아남는다는 전문가들의 조언이 빗발치고 있다.
이는 과거 업체들의 성공사례에 기반한 것이기도 하다.
삼성전자(005930)는 기술개발과 함께 2000년대 D램의 가격 하락에도 투자를 지속해 점유율 상승을 이끌어냈다. 2007년 1분기 25.7%로 점유율이 떨어질 때에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에도 투자는 멈추지 않았다. '파운드리' 아이디어의 원조격으로 탄생한 대만 TSMC 역시 공격적인 투자로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어려울 때 기술로 차별화해서 경쟁력 갖추려는 건 모든 반도체 회사가 마찬가지고 늘 그래왔다"며 "기술 개발 (수준 차이를) 넓히기 위해서는 R&D(기술개발)를 더 해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유럽 출장 후 지난 18일 귀국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이른바 '기술 삼창'을 외친 것이 과거보다 기술의 중요성이 더 커진 점을 보여준다는 시각이 있다.
네덜란드 등 유럽 출장길을 마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18일 서울 강서구 서울김포비즈니스항공센터(SGBAC)를 통해 귀국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예전 D램 업체가 많을 때는 투자 확대로 생산성 늘리는 등의 운영이 중요한 전략이었다"면서도 "지금은 이 부회장 말처럼 기술이 매우 중요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쉽지 않지만 여기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생산성 늘리는 정도가 아니라 남들이 갖지 못하는 압도적인 기술력 보유가 중요할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과거보다 현재 여건이 더 좋은데도 삼성전자가 최근 투자를 주저해왔다는 비판도 있다. 이제부터라도 소극적인 전철을 밟지 말고 메모리와 시스템 반도체에서 스펙트럼을 넓게 가져가야 한다는 제언이 나오는 대목이다.
김형준 차세대지능형반도체사업단장은 "이건희 회장의 경우에는 사이클이 내려갈 때 '무모한 투자'를 했다"며 "일본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을 이긴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어 "데이터 센터 서버 메모리 반도체가 지속 증가하기 때문에 수요가 급감하는 상황은 오지 않으리라고 생각한다"면서 "옛날에는 삼성이 그렇게 돈이 많지 않았는데, 지금은 막대한 사내유보금이 있다"고 짚었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업계 최초 개발을 발표한 CXL 기반의 512GB D램. (사진=삼성전자)
김 단장은 또 "차량용 반도체를 제일 많이 만드는 네덜란드 NXP를 일찍 M&A(인수합병)했어야 했는데,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과감하게 처리를 못했다"며 "지금 인수를 시도하기 때문에 가격이 너무 오른데다, 엔비디아의 ARM 인수 무산에서 보듯이 규제 당국들의 승인을 받기가 쉽지 않다"고 한탄했다.
그러면서 "기술력 있는 작은 업체·벤처 회사들이라도 M&A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파운드리의 경우 3나노·2나노 초미세공정 기술에서 앞서나가고, 24~60나노 공정 라인을 구축해 TSMC처럼 스펙트럼을 넓히고 구색을 갖추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외에 이 센터장은 "SK하이닉스의 경우 D램에서 breakthrough(혁신) 기술 중심을 염두하면서 시스템 반도체와 메모리 반도체 각각에 맞는 포커싱 전략을 세우는 게 중요할 듯하다"고 말했다.
신태현 기자 htenglish@etomato.com